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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부(富)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强)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의 말이다. 경제력과 국방력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지만 ‘문화의 힘’은 강할수록 좋다는 뜻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까지 불사한 김구였다. 그런 그가 꿈꾼 미래 조국의 모습이 군사강국이나 경제대국이 아닌 문화대국이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화대국은 오늘날의 국가비전이 아닌가. 탁월한 선견지명은 김구가 왜 위대한 지도자인지를 말해주는 덕목이다.

한류(韓流)야말로 김구의 문화대국론에 딱 들어맞는 콘텐츠다. 그가 생존해 있다면 “이거야”라며 무릎이라도 치지 않았을까. 한류라는 신조어는 1997년 대만 언론의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대만에선 한파주의보를 한류(寒流)라고 부르는데, 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들의 경쟁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류(韓流)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한류는 한국 상품과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 효자 상품이었다. 그런 한류 열풍이 식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일방적인 수출과 지나친 상업주의가 반한류 현상을 낳았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유구무언이겠다. 중국에선 K-팝 음반 판매량과 드라마 수출액이 쪼그라들고 있다. 반면 아시아에선 중국 문화를 동경하는 또 다른 한류(漢流)가 급성장 중이다.

일본이라고 다를까.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이 길어지면서 혐한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지상파 메이저 방송에서 한류 드라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한류의 최대 위기다. 가수 장나라 아버지 주호성씨는 “중국에서는 한류를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문화 침략으로 보고 있다”며 “반한류, 항한류는 우리가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쌍방향 교류가 한류 생존의 길이라는 뜻이다.

한류는 박근혜정부 문화융성의 핵심 엔진이다. 한류의 재도약은 발등의 불이다.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최대 숙제이기도 하다. 한류를 구할 수 있는 이가 문화부호의 선장으로 제격이다. 선장이 시원치 않으면 한류(韓流)는 한류(漢流)와 일류(日流)의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침몰할지 모른다. 우리는 아시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던 홍콩 향류(香流)의 퇴조를 목격하지 않았던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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