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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격식 깨고 ‘소통’ 택한 전군 지휘관회의

입력 : 2014-07-20 18:12:53 수정 : 2014-07-21 0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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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합참 “속 얘기나 듣자”
현장 목소리 봇물 터지듯 나와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 합동참모본부 대회의실. 최윤희 합참의장 주관으로 비공개로 개최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전군의 주요 장성들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민구 신임 국방장관 주관으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불호령을 받았다. 한 장관은 최근 터진 동부전선 총기난사 사건 등을 거론하며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들이 군을 ‘정직하지 않은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군대’, ‘작전 태세가 미흡한 군대’로 평가하고 있다”며 “지휘관들이 총체적으로 군의 실상을 되돌아보고 특단의 쇄신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로 이동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한 장성은 “분위기가 무겁다 보니 오찬은 하는 둥 마는 둥했다”며 “예상은 했지만 내내 좌불안석이었다”고 전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각군 참모총장과 각군 본부 소속 부장들이 계룡대로 떠나고 합참 대회의실에 모인 ‘별’은 80여명. 장성들은 판에 박힌 듯 되풀이됐던 합참회의 장면을 떠올렸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북한군 전력 평가, 우리의 대비 태세 점검 및 합참의장의 지침….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최 합참의장은 “북한의 위협과 우리 군 대응은 이미 다 잘 아는 만큼 되도록 짧게 하고 참석한 장성들 속 얘기나 듣자”면서 마이크를 참석 장성들에게 넘겼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하며 머뭇거리는 장성들을 향해 최 의장은 “내가 해군 출신이니 눈치 보지 말고 평소 가슴에 담아 뒀던 얘기를 꺼내보라”며 발언을 유도했다.

그러자 파워포인트와 보고 자료엔 포함돼 있지 않던 현장의 목소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한 육군 장성은 “여름철 녹음이 짙어지면 전방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된 과학화감시장비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수풀을 시시때때로 제거하려면 전방 병사들은 풀 베랴 근무하랴 녹초가 될 것”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자 또 다른 장성은 “GP(전방경계초소)에 설치된 10∼20여대의 CC(케이블) TV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병사는 고작 2명”이라고 거들었다. “북한군의 도발에 물샐틈없이 완벽하게 대비한다는 자체가 현재 인력과 장비로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언론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군단장은 “얼마 전 일부 언론에서 북한군이 넘어와 군사분계선(MDL)이 뚫렸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오래전에 설치된 MDL은 상당수 나무 표식이 훼손돼 있다”면서 “그런 기준으로 우리의 경계가 뚫렸다고 단정 짓는 태도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고 목청을 높였다. 회의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가량 진행됐다. 합참 관계자는 “과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의 판에 박힌 진행 방식을 깬 파격이었다”고 전했다. 최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참모를 불러 전방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언론에 알리도록 지시했다. 바로 이런 식의 ‘소통’이 한 신임장관이 만들겠다는 ‘정직한 군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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