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 규모가 드러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첩보 방식은 정보기관의 이 같은 불문율이 깨졌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감청 프로그램을 인터넷망이나 컴퓨터에 깔아놓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없이 원하는 전화·메일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십억건에 달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NSA 사례는 역설적이게도 기존 ‘휴민트(인적정보·Humint)’가 아직까진 ‘시긴트(통신정보·Sigint)’보다 우위에 서 있음을 증명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지적했다.
9·11테러는 시긴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정보기관은 천문학적인 통신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9·11테러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인터넷이 개발되기 전인 1957년 CIA가 정보원들을 통해 옛소련 내 주요 정보의 90%를 파악해 19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기지 건설을 막은 것과 대비된다.만약 미국이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 내에 첩보원을 뒀다면 2000년대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거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최고라고 꼽는 정보기관들은 대체로 유능한 요원과 정보원을 활용해 정보를 얻거나 공작을 벌이는 곳이다. 인터넷 블로그 ‘톱10닷컴’과 외교전문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파기스탄 ISI(직원 약 1만명)의 명성이 가장 높았고 미국 CIA(2만1575명), 영국 MI6(3200명)의 순이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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