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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이 음원 유통… 새 실험 성공할까

입력 : 2014-07-16 21:02:10 수정 : 2014-07-16 2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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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업자에 치우친 수익배분 반발
신대철 중심 ‘바음협’ 창립총회 갖고 출범
음악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수익 분배구조 문제다. 음악이 만들어져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아닌 음원 사이트 등을 소유한 대형자본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것. 인디음악인으로 단단한 입지를 가졌던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이 2010년 생활고 속에서 뇌경색으로 사망하면서 이 문제는 한때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음악시장의 고질병을 개선할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다. 창작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음원유통에 나서는 것. 록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을 중심으로 한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이 출범해 음악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바음협 출범… 음악인 중심 독자적 유통구조 실험 시작돼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은 16일 국회에서 창립총회 및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신대철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작된 협동조합 창립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 신대철은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는 음악 판매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 대중음악은 고사한다”면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원 서비스업체가 나타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의는 동료음악인들의 호응으로 이어져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바음협은 향후 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어 조합이 안정적으로 구성되면 이를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대안적인 음원 서비스업체를 만들 예정이다. 앞서 바음협 측은 “조합과 음원 서비스 업체 모두 장기적으로 비영리성이 강한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시도가 대형자본 중심으로 구도가 짜인 국내 음악시장에 의미 있는 균열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은 수익의 상당부분이 플랫폼 사업자의 몫으로 배분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 전송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음원 수익 중 음원 사이트 등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 비중은 40%에 달한다. 작곡·작사·편곡자 등 저작권자의 수익 분배 비중은 10%, 가수나 연주자 등 실연자는 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작자의 몫이다. 여기에 국내 디지털음악 상품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액제 상품은 할인율이 높아 창작자의 수익은 더 떨어진다. 소비자가 음원을 다운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저작권자 0.6원, 실연자 0.36원에 그친다.

이 같은 수익분배 구조에 대해 음악계는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개선책은 나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창작자들이 직접 유통에 뛰어들게 된 것.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바음협의 출범은 그동안 수익 구조의 개선을 요구했던 음악인들의 목소리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결국 농산물 생산자들이 생활협동조합 등을 만들 듯이 음악인들도 별도의 독자적 유통구조를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지털 시대 이후 국내 음악시장은 K팝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도 정작 창작자들은 소외돼 왔다”면서 “이 같은 흐름에서 처음으로 창작자들이 주체가 돼서 본격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음협의 출범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자본 중심으로 구조가 고착된 국내 대중음악계에 창작자가 직접 유통에 나서는 실험이 시작된다. 사진은 생활고 속에 사망해 수익구조 분배 논의를 촉발시킨 인디음악인 이진원(오른쪽)과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출범의 중심이 된 신대철(왼쪽).
◆소비자 끌어안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내놓아야

다만 이 같은 바음협의 출범이 ‘음악인들의 의미 있는 도전’을 넘어서 실제적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최우선의 과제는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대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기존 서비스에 길들여진 음악 소비자들을 바음협만의 서비스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결국 관건은 바음협이 향후 얼마나 새로운 음악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로 이어진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 음악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음원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저가형 정책에 맞춰져 있는 상태”라면서 “단순히 음악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음악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뮤지션들의 동참을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도 문제다. 음악인들의 동참이 이어져 바음협이 소비자에게 공급할 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들의 시도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서정민갑 평론가는 “대형 음원 사이트 등을 통한 음원 판매는 수익뿐 아니라 홍보효과도 가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기존 음악인들도 바음협에 음원을 독점공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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