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念佛··· 속세의 때를 씻는 소리

입력 : 2014-07-15 21:08:30 수정 : 2014-07-15 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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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 전통 대중수행법 되살리자”… 조계종 17일 첫 경연대회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오온개공∼” 도심 속 사찰이나 산사에 가면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스님의 구성진 염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율을 맞추기 위해 두드리는 청아한 목탁소리를 곁들여 듣노라면 정신이 맑아지고 속세의 찌든 때가 절로 씻기는 느낌이다. 염불은 1700년 전통을 가진 한국불교의 중요한 의례이자 수행법 중 하나인데, 언제부터인지 젊은 스님들 사이에서 소외돼 왔다. 이유인즉,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불교의례의식은 천한 것으로 인식됐고, 통합종단 출범 후에도 스님들이 여전히 의식을 천시해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참선과 간화선 등 난해한 선수행(禪修行)이 목하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염불수행(念佛修行)은 빛을 잃으면서 불교의 맛도, 대중교화도 시들해진 측면이 있다.

이것을 깊이 의식한 듯 대한불교조계종이 염불수행을 되살리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해 종단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승가대학에서 염불의식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염불시연대회까지 열며 염불수행을 띄우고 있는 것. “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이라는 것이 종단 안팎의 평가다.

‘염불의 달인’으로 불리는 동주 스님, 인묵 스님, 화암 스님(왼쪽부터).
17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제1회 학인염불시연대회’에는 전국의 15개 교육기관에서 사미(남자 예비승)와 사미니(여자 예비승) 300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해부터 대학에서 염불을 배우기 시작한 학인스님들이 아직은 낮은 단계지만 그동안 익힌 염불 실력을 한바탕 펼쳐놓는 자리다. 종단 차원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부상도 대상(총무원장상)300만원 등 1000만원이 넘게 내걸렸다.

이날 염불시연대회는 오전 9시20분부터 시작해 개인부와 단체부 예심이 열린다. 이어 오후 2시부터 본심이 치러진다. 개인부 사미의 지정염불은 경허 스님 참선곡과 장엄염불 등 2송이며, 사미니 지정염불은 이산 선사 발원문, 장엄염불 등 2송이다. 각각 자유염불 1송도 해야 한다. 단체부는 ‘불교상용의례’와 ‘석문의범’ 내용을 자율선택한다.

심사기준은 개인부의 경우 음정, 운율, 창의성, 법구(목탁, 요령, 경쇠, 태징, 바라 등) 활용력, 태도 등을 중점 살핀다. 단체는 여기에 대중호응도를 추가한다. 주어진 시간은 개인부 6분, 단체부 10분이다. 심사위원은 총 12명. ‘염불계의 3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동주(홍은사 주지), 인묵(조계종 의례위원장), 화암(염불교육도감) 스님 등 3명 가운데 동주 스님만 참석지 못한다. 이밖에 염불에 조예가 깊은 정수(봉선사 주지), 원학(봉은사 주지), 원명(조계사 주지), 혜림(교육분과위원장), 지홍(불광사 회주), 동희(청량사) 스님과 종단 중요 간부인 자승(총무원장), 현응(교육원장), 정만(총무부장), 종호(교육원장) 스님이 참석한다. 고문은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이다.

이날 특별시연으로 ‘염불의 달인’ 화암 스님(15:00∼15:10)과 정수 스님(16:15∼16:25)이 낭랑하고 구성진 목소리로 염불의 정수를 들려준다. 이어 대한불교소년소녀합창단과 진명 스님이 참가하는 특별시연도 마련돼 있다.

염불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번뇌를 버리고 열반에 들게 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수행의 난해함보다는 쉬운 염불 쪽이 수행의 방법으로 더 많이 채택되었고, 선종(禪宗)의 고승들까지 염불수행을 권장하는 특이함을 보여준다. 특히 불교가 전래된 이래 염불수행이 널리 유포됐다. 신라의 원효 대사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는 복잡한 교학(敎學)보다는 민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염불수행법을 민중 속에 전파해 그들로 하여금 극락왕생의 꿈을 가지도록 했다. 이밖에 신라의 고승들도 ‘아미타경’ ‘무량수경’ 등 연구를 통해 염불수행을 뒷받침하고, 적극 권장했다. “잘못된 일을 단연코 하지 않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염불을 하여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 보조국사 지눌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조계종 교육원이 2012년 김포 중앙승가대 강당에서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염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모름지기 고승들은 염불이란 부처의 마음을 본받아서 내 마음을 그렇게 맑고, 밝고, 환하게 하는 데에 주안을 두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번뇌가 심할 때는 먼저 염불로 어지러운 마음을 대치(代置)해야 한다. 그 후에 좌선으로 보다 깊은 경지에 들 수 있다.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염불은 자신은 물론 듣는 이에게도 많은 성찰과 감동을 주는 의례요, 수행법”이라며 “참선수행보다 염불수행을 선호하는 불자가 더 많다”고 전했다.

이번 염불시연대회가 염불의 대중화 실현에 기여하며 종단 발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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