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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국민 공감 인사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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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4 21:45:14 수정 : 2014-07-14 21: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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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허물 눈감은 염치없는 인사들
인사청문 훼손 말고 더 갈고닦아야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장관 자격 시험을 치른 후보자 9명 가운데 3명이 검증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문턱을 넘은 6명도 국민 눈엔 마뜩잖다. 문제가 적지 않았는데도 여야가 정치적 흥정으로 얼버무린 인상이 짙다. 국회 관문을 통과한 후보자들에게 국회가 채택한 인사청문 보고서는 과거 허물을 덮어주는 면죄부가 아니다. 한바탕 전쟁같이 치러진 혹독한 검증 과정에서 생긴 상처 자국을 부끄러움보다 훈장으로 여길까봐 걱정이다.

이번 인사검증에서도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가 도마에 올랐다. 후보자 대부분이 탈세,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병역 문제, 논문 표절 등으로 매서운 추궁을 받았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에 실패한 결과다. 장관은 고사하고 건전한 시민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인물들을 내세운 무능과 무책임이 민초들의 속을 또 뒤집어놨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청와대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인사를 거둬들인 적이 없다. 여야의 반대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가 국정 혼란을 초래한 과오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모래밭 속 진주’로 치켜세웠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잘못과 비정상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유능한 공직후보자를 상시 발굴해 필요한 자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찾아쓰겠다”고 다짐한 것이 불과 보름 전이다.

사회지도층의 살짝 드러난 속살만으로도 국민은 또 혀를 차고 분노했다. 장관 후보자들은 검증이 시작되면 200여개 항목의 질문지를 받아든다. ‘자기검증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국민의 공복으로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반성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는 말이 그런 뜻이다. 자기검증서를 채워나갈 때 잠시 기억상실에 걸리고 팔은 안으로 굽었을 것이다. 그러니 남들 눈엔 들보처럼 훤히 보이는 허물이 제 눈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수신제가(修身濟家)도 못한 처지에 치국(治國)을 넘보는 것은 가당찮다.

김기홍 수석 논설위원
용서받을 수 없는 자들이다. 편법·불법을 일삼고, 잘못된 관행과 묵인에 편승해 치부하고 일신의 영달을 좇은 자격 미달들이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떠오른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 유착과 같은 적폐와 한가지다. 박 대통령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문화체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취소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국회 검증이 모처럼 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주장하고 관철한 쪽이 손질을 요구한다. ‘개악’ 아닌 ‘개선’이 돼야 함을 거듭 확인해준다. 국민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인사가 상식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인사검증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지 14년이 됐다. 오염 인사를 걸러주는 정화장치다. 언젠가 인사청문대에 설 미래의 젊은이들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로잡아 주는 방부제다. 폐기처분해 창고에 처박아 두거나 함부로 뜯어고쳐 망가뜨릴 잡동사니가 아니다. 더 갈고닦아야 할 보물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국가개조 또는 국가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혁신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다. 혁신의 모범답안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적재적소의 인사일 수 있고, ‘김영란법’ 같은 제도일 수 있다. 법치를 비웃는 비정상 관행을 혁파하는 일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누구든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혜를 함께 모으자는 것이다.

세월호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가 많은 것을 잃었다. 대한민국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릴지 모른다. 서양속담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 혁신을 완성하는 날 우리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갖게 될 것이다.

김기홍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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