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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오의디지털세상] 디지털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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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4 21:37:16 수정 : 2014-07-14 2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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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은 대부분 살아가면서 잘못을 저지른다. 같은 과오를 반복한다면 문제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면서 산다. 하지만 이 씻고 싶은 과거의 부끄러운 행적은 사라지지도 않고 영원히 인터넷 디지털 세상에서 남아있게 된다. 사람이 사망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망자에 대한 여러 자료들은 인터넷 공간에 영원히 그대로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가지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기거나, 블로그나 카페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단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시점 혹은 이미 망자가 된 사람의 이러한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경우가 있다. 이렇게 고인이 된 사람에 관련된 회원 탈퇴, 가입기록 삭제, 각종 SNS나 블로그 등의 글을 지워 현실 세계에서만이 아니고 사이버 세계에서도 영면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디지털 장례식이라고 한다.

디지털 장의사들은 이러한 디지털 장례식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며 작업해주는 비용은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라고 한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고 했지만 남겨야 될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지우고 싶은 기록이 인터넷상에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의 정보를 이용해 대포폰을 만드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하니 죽은 후에도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없는 세상이다. 

이경오 선문대교수·컴퓨터공학
철없던 시절 인터넷에 남긴 글,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과거 다른 연애 사진, 범죄와 연관된 기사,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나쁜 평판 글 등 지우고 싶은 것이 많다. 스페인의 한 평범한 남성은 인터넷에서 자신이 과거에 세금을 내지 않은 내역에 대한 기사가 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를 지워 달라고 다국적 회사인 구글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해당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에서는 해당 정보를 지우도록 판결을 내리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부각됐다.

잊혀질 권리도 중요하지만 잊혀지면 안 되는 것도 많이 있다. 잊혀질 권리가 잘못 운영이 될 경우 힘 있는 개인과 기관은 그들의 능력을 최대로 이용해 나쁜 기록은 삭제하고 좋은 기록만을 남기는 인터넷 정보 세탁이 가능하다. 엄청난 부를 소유한 대기업이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정치인은 이 권리를 악용해 그들이 행한 부도덕한 행위나 부조리를 쉽게 묻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잊혀질 권리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용자가 정보 삭제를 요구할 경우 정보 제공자는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법률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개인이나 사망한 이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국민의 알권리가 박탈당할 수도 있는 만큼 잊혀질 권리에 대한 신중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인터넷 윤리의식을 함양해 인터넷 공간에서도 부끄러워할 만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경오 선문대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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