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마법같은 '월드컵의 힘'… 내전마저 종식시키기도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입력 : 2014-07-14 06:00:00 수정 : 2014-07-14 09:24: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는 지금] 지구촌 이목 사로잡는 ‘축구향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한 인구는 9억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인의 8분의 1가량이 동시에 한 장면을 지켜보는 진귀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월드컵이다. 세계인의 관심이 이렇게 쏠리다 보니 월드컵이 미치는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도 막대하다. 축구는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전을 종식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1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 열리는 동안 전세계 모든 전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동부, 이라크 등지에서 벌어지는 교전들을 잠시 멈추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묵념하자”며 평화를 촉구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인터뷰에서 “일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해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을 이끌어낸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일화는 유명하다. 월드컵은 전쟁도 멈추게 할 정도로 마법의 힘을 지닌 듯하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월드컵 효과

지난달 23일 멕시코 당국은 최대 마약조직 ‘아레야노 펠릭스’를 급습해 두목을 검거했다. 월드컵을 시청하느라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활용한 것이 적중했다. 반면 지구 반대편 나이지리아에서는 월드컵 경기를 단체로 시청하던 주민들이 ‘서구화 반대’ 기치를 내건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테러 희생양이 됐다.

이쯤 되면 “어떤 이들은 축구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믿지만, 그런 태도는 몹시 못마땅하다. 장담컨대 축구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빌 섕클리 전 리버풀 감독의 말이 그리 과해 보이지 않는다.

축구가 곧 종교인 나라 브라질은 개최국이면서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준결승과 3·4위전에서 참패를 당하는 바람에 전국 곳곳에서 소요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10월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월드컵은 국론 통합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1998년 우승국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알제리계인 지네닌 지단을 포함해 패트릭 크리스티앙 카랑뵈(뉴칼레도니아), 유리 조르카예프(아르메니아) 등 ‘이민자 후손’들이 백인 선수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프랑스에 만연하던 ‘순혈주의’에 일침을 놨다. 카랑뵈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프랑스가 자신의 공동체와 그 차이점, 그리고 문화의 혼합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혁명 같았다”고 회상했다.

올해에는 독일과 스위스가 그랬다. 2006년 ‘게르만 순혈주의’를 버리고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한 독일은 최근 ‘용광로’ 멤버를 구성해 월드컵에 임했다. 폴란드계인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에 터키 이민 2세인 메수트 외질, 혼혈인 사미 케디라(튀니지·독일)와 제롬 보아텡(가나·독일) 등이 가세했다.

독어, 프랑스어 등 공용어만 4개일 정도로 다문화 국가인 스위스도 ‘알프스의 메시’ 제르단 샤치리 등 5명의 알바니아 출신과 보스니아계, 크로아티아계, 스페인계, 코트디부아르계 선수들이 스위스 태생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16강에 올랐다. 스위스는 1841년 만들어진 국가 가사가 지나치게 복잡해 대표선수들조차 제대로 따라 부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새 국가 공모에 나섰다.

◆월드컵 성적에 따라 희비 갈리는 경제

월드컵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각국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 앤드 영’에 따르면 이번 대회 개최에 110억달러(약 11조원)가량을 들인 브라질의 기대 경제효과는 약 520억달러(약 53조원)로 추산된다.

하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중계권·광고권 수익, 후원금 수익 등으로 45억달러(약 4조5700억원)를 벌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우승상금 3500만달러(약 370억원) 등 각종 상금과 이동·체제비 등 대회 지출비용 38억달러(약 3조8600억원)를 제하면 순익만 7억달러에 달한다.

개최국과 FIFA뿐 아니라 출전국의 경제도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1998년 이후 월드컵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승국의 증시는 한 달간 전세계 평균보다 3.5%, 준우승 국가는 2% 더 오르고 개최국도 2.7%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미국이다. 월드컵 시청자가 경기당 408만명으로 2010년 대회 때보다 44% 증가했다. 그동안 미식축구와 야구, 농구에 쏠렸던 관심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벨기에와의 16강전 직후 열린 LA갤럭시의 홈 경기는 2만7000석 티켓이 모두 팔렸다.

미국 축구리그(MLS)가 더욱 활성화될 경우 연간 매출액이 536억달러(2012년 기준)에 달하는 북미 프로스포츠 산업에도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은 2026년 월드컵 유치에도 본격 뛰어들 기세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