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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금수' 빗장 푼 日… 서방과 손잡고 부품·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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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30 06:00:00 수정 : 2014-06-30 07: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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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지개 켜는 日 방위산업 “일본이 무기 판매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르몽드) “일본, 완전히 새로운 무기 수출국이 되다.”(리베라시옹)

프랑스 주요 언론들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5일간 프랑스 파리 근교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무기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에 일본 방위산업체가 대거 참가한 것에 대해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방산업체가 유로사토리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가와사키(川崎)중공업, 히타치(日立) 등 일본의 방위산업체 13곳은 이번 전시에서 자위대가 사용하는 소총과 지뢰탐지기, 최첨단 기상관측 레이더, 전차 엔진용 패널감시 카메라 등을 전시하며 세계 방산 관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방위산업이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지난 4월 ‘무기수출 3원칙’을 대체하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각의 결정하고 이달 새 방위산업 전략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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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산업체의 귀환

요즘 세계 무기시장에서 ‘일본의 귀환’이 단연 화제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16일자에서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전보장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의 방산기업이 큰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중국 견제를 역설한 일본은 물밑에서 여러 참가국으로부터 무기수출 문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일본 방산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 무기 공동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는 영국 방산회사인 MBDA와 공대공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시카와지마중공업(IHI)은 미국, 유럽의 군수품 제조회사와 미사일 관련 장치 개발 협의를, 스미토모(住友)정밀공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전투기 착륙 시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생산의 협의를 각각 시작했다.

무기 수출도 본격 추진 중이다. 일본 최대의 방위산업체로 꼽히는 미쓰비시중공업은 올 초 세계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인 미국 레이시온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미사일용 고성능 센서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신메이와공업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공급한 구난용 비행정 US-2의 인도 수출을 검토 중이다.

일본 방산업체의 ‘귀환’은 주로 해외 업체와의 공동개발 방식을 택하면서 무기 장비에 사용되는 부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무기체계를 갖출 수 있는 데다 일본의 강점인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정부의 전방위 지원

일본 방위산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은 아베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는 우선 지난 4월1일 ‘무기수출 3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으로 대체해 무기수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줬다. 무기수출 3원칙은 공산권은 물론 국제분쟁이 예상되는 국가로 무기수출을 금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원칙의 폐기는 일본 방산업체들의 무기수출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아울러 지난 19일에는 새 방위산업 육성 전략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여름까지 무기 개발과 취득, 수출을 총괄하는 조직인 방위장비청(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방위장비청은 방위성과 자위대 장비취득 부서, 장비시설본부를 통합해 2000명 규모로 꾸려져 각종 대외협상 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 체계적인 무기수출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아베 총리 자신이 방위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담에서 잠수함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 착수에 합의했고, 지난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서는 무인 잠수기 공동개발 협정을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최근에는 전차 공동개발을 목표로 독일과 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기반기술 강해 성장 가능성 주목

일본 방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2012년 기준으로 1조5000억∼2조엔(약 15조∼2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국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산한 전 세계 방위산업 규모 1489억달러(약 150조원)의 약 8분의 1 수준이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5%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지원을 본격화하자 일본 방산업체들은 내심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각종 기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해외 공동개발과 무기 수출이 본격화하면 급성장할 수도 있다. 전투기와 군함, 전차 제작에 많게는 1000∼20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무기수출이 본격화하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무기수출 3원칙 폐지 이후 무기수출 1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신메이와중공업이 개발한 수륙양용 비행정 ‘US-2’가 유력한 무기수출 1호 후보로 꼽힌다. 110억엔의 고가지만 인도가 관심을 갖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가 관심을 보이는 잠수함(약 550억엔)과 1000∼2000t급 소형 함정 등도 수출 가능성이 높다.

한 일본 군사문제 전문가는 “외국과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안보면에서 고립을 피할 수 있지만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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