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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꿈 팬시용품에 담아 희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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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23 22:03:34 수정 : 2014-05-24 09: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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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사회적 기업 ‘꿈담’ 이끄는 윤승현 대표 꿈에 값어치를 매긴다면 얼마나 될까. 내 꿈은 얼마에 팔 수 있을까. 가당치도 않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남의 꿈을 살 수 있다. 거액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기업 ‘꿈담’을 이끄는 윤승현(32) 대표는 ‘어린이의 꿈’을 파는 일이 소명이다. 병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는 환자, 돌봐줄 손길을 애타게 찾는 저소득층 자녀와 보육원생, 또래와 뛰놀고픈 장애우, 저 멀리 네팔의 극빈곤층 아이들이 품은 꿈을 판다. 아이들이 캔버스에 그려낸 꿈을 디자인 삼아 텀블러, 머그컵, 티셔츠, 엽서 등 팬시 용품에 담아 판다.

윤 대표는 23일 “수익금 일부는 취약계층 아이들의 미술 교육과 교구 지원에 기부한다”며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꿈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서 다시 디자인 콘텐츠를 뽑아 제품으로 팔고, 그림이 채택된 아이에게 소정의 보상을 돌려주는 게 꿈담의 경영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2년 고향 대전에 꿈담을 세웠다.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팔고자 아이템을 찾다 아이들 그림에 마음을 뺏겼다고 한다. 윤 대표는 “나 또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미혼모였고 주위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렇게 터놓고 과거를 공개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업 전에는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고, 사업 후에도 회사를 차린 동기를 물으면 “아이들이 좋아서”라고 답하면 그만이었다. 윤 대표는 “아이들에게 ‘가난이, 불우한 환경이, 장애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솔직하고 떳떳해져라’고 이르면서도 나는 왜 좀더 솔직하지 못할까 고민이 컸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자기가 그린 그림이 난생 처음 상품에 담겨 백화점 진열대에 올려진 것을 보면서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눈망울 덕분에 전에는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던 이야기를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꿈담은 재무적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3000만원. 원재료비와 아이들 교육용 기부금 등을 빼면 윤 대표를 비롯한 직원 4명의 인건비도 안 나온다. 사회적 기업이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건비를 보조 받아 버티고 있지만, 2017년이 되면 사실상 이마저도 끊긴다. 매출 확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나 매출에 도움된다고 아이들의 꿈을 헐값에 팔지 않겠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윤 대표는 “어떤 분은 몇천원짜리 판촉물을 만들어 기업을 찾아가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사 달라’고 읍소라도 해보라고 권한다”며 “그러나 아이들의 소중한 꿈이 싸구려 취급을 받는 일과는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윤 대표는 오히려 고급화를 고집한다. 텀블러며 티셔츠며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원재료를 가져다 쓴다. 가격도 국내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주요 판로도 시장이 아니라 백화점을 택했다. 때때로 ‘애들 작품이 왜 이리 비싸냐’는 불만도 듣지만, 자선과 저렴함을 빙자해 질 나쁜 상품을 소비자에게 안기는 일은 기업인 윤리를 저버리는 짓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윤승현 꿈담 대표가 지난 3월 사회적 기업의 장터가 열린 서울 광화문에서 취약계층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꿈담 제공
이런 고집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윤 대표는 “그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학교 때 호프집 장사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경험만 믿고 2005년 창업에 도전했다 실패를 맛봤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2009년 창업경영대학원에 들어가 사업에 성공하려면 기업가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윤 대표는 “멋모르던 시절 아이템만 좋으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며 “그러다 아이템으로 흥했다, 아이템으로 망하는 이들을 자주 보게 됐다. 답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에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이국만리에서 맨몸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사업을 일궈낸 한인 사업가나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을 보면 도대체 내가 못할 일은 무엇이며, 창업에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이겠느냐고 다짐하곤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도움으로 수출길 뚫기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먹힐까 하는 우려도 과감히 떨쳐냈다. 2011년 2∼7월 기업가정신을 탐구하러 세계일주에 나섰을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을 방문해 현지 기업인과 한인 사업가를 만나 쌓아둔 인맥을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미 몇 군데에서 샘플을 요청해 보내놨고, 코트라가 알선해준 해외 바이어와도 접촉해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윤 대표는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파는 우리 상품의 ‘스토리텔링’이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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