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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4290만원에 소형차 수준 연비, 7인승 시트로엥 C4 피카소

입력 : 2014-05-17 14:39:49 수정 : 2014-05-18 15: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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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기아자동차 카니발, 현대자동차 트라제, 쌍용차 로디우스를 비롯한 손에 꼽을 정도의 미니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비록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지만 수입차 가운데도 도요타의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등이 미니밴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봤던 미니밴과 확실하게 차별화에 성공한 차가 등장했다. 시트로엥이 출시한 ‘C4 피카소’다. 연비는 소형 세단과 맞먹는 수준이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편의성부터 고려한 합리적인 구성으로 수입 미니밴이지만 ‘실용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7인승이지만 평소 7인이 탑승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을 고려해 2명 혹은 4명이 타는 각각의 경우에 맞춰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미니밴의 자유로운 시트 배열과 공간 활용을 기본으로 갖췄고 디젤 엔진을 사용해 연료효율까지 더했으니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아이를 둔 젊은 가족들이 한 번 보면 한눈에 반한다는 그 차, 시트로엥 C4 피카소를 시승했다.

▲ 햇빛을 볼 수 있는 공간 ‘1.7 평’…놀라운 개방감에 승차감까지 향상

미니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어떤 생활 패턴을 가졌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뒷좌석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이동하는 상황이 많아보인다. 또, 어느 날은 시트를 모두 치우고 자전거를 싣는다거나 마트에서 적지않은 양의 장을 보고도 차에 뚝딱 싣고 집까지 옮기기도 한다. 미니밴의 역할은 여러 상황에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맞추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의 차는 유럽의 감성을 가득 담았다는 프랑스 시트로엥의 C4 피카소다. ‘7인승 다목적차(MPV)에 2.0ℓ의 디젤 엔진을 얹어 연비가 뛰어나다’는 정도가 이 차에 대한 사전 정보였다. 다만, 유럽에서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22.2㎞/ℓ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공인연비를 측정한 결과 14.0㎞/ℓ로 뚝 떨어져서 안타까움과 궁금함이 들던 자동차다.

앞서 가졌던 이 차에 대한 사전지식은 차에 오르는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하는 시트로엥의 디자인을 보며 마력과 출력 같은 숫자는 사라졌다.

묵직하고 다소 큰 키를 받아들고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닫힘’을 눌렀는지 사방에서 노란 불이 번쩍인다. 다시 ‘열림’을 누르고 운전석으로 다가간다.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앞모습에 신경이 쓰인다.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타자 무엇인가 허전하다. 머리 위 선바이저가 정수리까지 열려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서 선바이저가 뒤로 올라가니 마치 ‘3’자형 탈모가 진행된 중년의 머리 같다.

어색함을 없애려 뒤를 돌아보려는데 머리를 감싼 헤드레스트가 도드라진다. 목 뒤에서 받쳐주는 독특한 형태 때문이다. 엉덩이 아래의 시트는 다른 MPV에 비해 조금 좁은듯한데 오랜 시간 앉아도 편하다. 안마기능도 들어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천정이 온통 유리다. 엄청난 개방감이다. 시트로엥에 따르면 이 차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면적이 무려 5.70㎡나 된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1.7평이다.

천정의 선루프만이 아니다. 운전석 앞 기둥인 A필러는 얇은 2개의 기둥으로 나뉘어 있다. 중간에는 유리가 들어있어 개방감이 좋다. C4 피카소 1세대부터 이어진 디자인 특징이다. 강성은 유지하면서 시야 방해도 최소화했다. 좁고 구불거리는 프랑스의 길에서는 필수적일 수 있다.

운전석에 올라 이것저것 만지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안 조수석에 탄 동승자는 더 깜짝 놀랄 것을 발견했다. 앞·뒤로, 등받이의 각도도 모두 수동조절 방식인 이 차가 조수석 다리 받침은 전동식으로 올라온다. 조수석을 뒤로 눕히고 다리 받침을 올리자 비행기 1등석까진 아니라도 우등고속버스 못지않은 시트가 된다.

▲ 고속도로 달려보니 23㎞/ℓ, 총 시승기간 연비는 14.4㎞/ℓ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생각이 났다. 연비를 측정해봐야겠다. 경제성을 고려했는지 이 차의 계기반은 차체 중앙에 달려있다. 그것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서나 봤던 커다란 LCD 계기반이다. 제한속도로 꾸준히 달린 C4 피카소는 고속도로에서만 연비 23㎞/ℓ를 기록했다. 의외의 연비에 변속기가 혹시 듀얼클러치인가 살펴봐도 그렇지는 않다. 보통의 6단 자동변속기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2.0 디젤 엔진에 있다고 봐야겠다. 150마력의 넉넉한 출력과 38.7㎏·m의 토크로 2.0ℓ 급 가솔린 중형 세단과 비교할 수 없는 주행성능이 일품이다.

연료통의 절반쯤을 소비하며 고속도로와 시내구간을 고루 달린 결과 연비는 14.4㎞/ℓ다. 나머지 절반의 연료로는 217㎞를 더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가솔린 엔진으로 따지자면 소형차급이고 디젤 중형 세단과 비슷한 연비다. 이 차가 7인승인 것을 생각해보면 연비는 확실한 장점이다.

달리면서 느낀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핸들링이다. 스티어링휠이 무려 3.5회전이나 한다. 일반적인 승용차가 3회전 혹은 2.8정도 돌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마치 화물차의 것과 비슷할 정도다. 덕분에 7인승 미니밴이 왕복 2차로를 알뜰하게 쓰면 한번에 유턴이 가능하다. 국산 미니밴이 너무나 커다란 회전반경으로 인해 유턴 차선에서 항상 고생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핸들링은 묵직하진 않지만 예상한 만큼 움직인다. 독일차의 핸들링이 묵직하다면 프랑스차 특히, 푸조·시트로엥의 핸들링은 가볍고 시원시원하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갈 때도 신나게 돌리면 된다. 생각한 만큼 돌아주니 처음 탈 때면 오히려 어색한 편안함을 느낀다.

▲ 2열, 3열로 이어지는 편의장비…실생활에 유용해

다소 어색한 디자인이라고 말했었지만 조금 이용해보니 실용적이다. 특히 실내의 수납공간을 비롯한 거주성은 아주 꼼꼼하게 사용자를 고려했다. 1열에는 변속기 박스를 없앴다. 스티어링휠 위로 올려서 옛날 칼럼식처럼 위아래로 움직인다. 하지만, 약해보이는 재질을 사용해 작동이 조심스럽다. 또, 적응하기 전까지는 후진할 때 자꾸 와이퍼를 작동한다. 변속기 박스가 있을 자리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두었다. 그 앞에는 수납공간을 추가했고 조수석 앞 글로브 박스는 무척 큰 것을 넣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쉽게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는 컵홀더와 작은 사각형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스마트폰을 넣으니 딱 맞는다.

뒷좌석으로 넘어가면 시트 앞에 붙어있는 테이블이 눈에 띈다. 간이 테이블 역할은 충분하겠다. 중간에 고무밴드도 달려있어 떨어질 물건을 잡아준다. 별도의 조명도 있어서 야간에도 사용이 편리하겠다. B필러 기둥에는 송풍구와 함께 뒷좌석에서 별도로 조정가능한 다이얼식 송풍 스위치를 달았다. 좌우 모두 달려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3열 좌석은 바닥으로 완전히 접어진다. 쏙 들어간 뒤에는 의자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지도 모른다. 2열 시트가 앞·뒤로 레일을 따라 움직이니 3열의 사용 여부에 따라서 2열 공간을 조절할 수 있다. 국내에 들여온 C4 피카소는 프랑스에서 ‘C4 그랜드 피카소’라고 부르는 7인승 모델이다. 이것 말고도 5인승의 C4 피카소가 있고 미드 사이즈 세단 C4가 있다.

C4 피카소는 국내 들여온 시트로엥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다. 4월 출시한 이 차는 예약이 밀렸고 부지런히 출고한 23대가 먼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트로엥 월간 판매량 52대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직도 예약된 숫자가 150대가 넘는다고 하니 없어서 못 파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연비 좋고 공간활용성 좋은 미니밴을 기다려 온 소비자들의 마음일까. 4290만원의 가격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독일산 엔트리급 세단을 연비가 좋다고 고른다면 이 차를 두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글·사진=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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