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승원(75·사진)이 펴낸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펴낸 소모품이 아니다. 그가 일찍이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라는 구도소설로 장안의 지가를 올린 뒤 내내 자리 잡아온 부처에 대한 생각을 전기 형식으로 정리해낸 필생의 과업인 셈이다. 그가 ‘맨발’에 주목한 이유는 그 맨발이야말로 싯다르타 ‘출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카스트 제도 아래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규정된 사회, 그 속에서 싯다르타가 진정한 출가란 그 계급을 혁파하고 사람들끼리 대등하게 도를 나누는 관계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오래 공들인 정성이 문장마다 스며든 흔적이 여실하다. 한승원은 결국 그동안 써온 소설들이 이 싯다르타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소설은 그러니, 평생 구애해온 싯다르타를 향한 연가일 수 있고 그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필사한 대장경이기도 한 것이다.
싯다르타가 말한 ‘도’의 아름다움은 한승원의 소설 속에 이렇게 피어 있다.
“우리가 닦고 있는 도(道)라는 것도 그 연꽃과 같은 것이다. 더러운 세속에 몸을 담고 살면서 핍박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자비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도이지 않느냐.”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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