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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같은 세상… 싯다르타가 그립다

입력 : 2014-05-01 20:29:28 수정 : 2014-05-01 20: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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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장편소설 ‘사람의 맨발’
“관의 한쪽 면이 터지면서, 싯다르타의 두 맨발이 나온 그 사건이 말해주는 심오한 뜻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싯다르타의 두 발은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떠난 출가자의 슬픈 표상이었다. 평생 대중 교화를 위해, 온 세상의 험난한 길을 밟고 다닌 맨발이었다.”

소설가 한승원(75·사진)이 펴낸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펴낸 소모품이 아니다. 그가 일찍이 ‘아제아제 바라아제’(1985)라는 구도소설로 장안의 지가를 올린 뒤 내내 자리 잡아온 부처에 대한 생각을 전기 형식으로 정리해낸 필생의 과업인 셈이다. 그가 ‘맨발’에 주목한 이유는 그 맨발이야말로 싯다르타 ‘출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엄격한 카스트 제도 아래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규정된 사회, 그 속에서 싯다르타가 진정한 출가란 그 계급을 혁파하고 사람들끼리 대등하게 도를 나누는 관계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오래 공들인 정성이 문장마다 스며든 흔적이 여실하다. 한승원은 결국 그동안 써온 소설들이 이 싯다르타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소설은 그러니, 평생 구애해온 싯다르타를 향한 연가일 수 있고 그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필사한 대장경이기도 한 것이다.

한승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부도덕한 정글 같은 세상 속에서 호화로운 왕자로서의 삶을 버리고 출가를 선택한 싯다르타의 정신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싯다르타가 살던 시대처럼 지금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더 엄혹한 계급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싯다르타는 계급 사회로 인해 핍박받는 인간과 탐욕으로 인해 지옥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출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싯다르타가 말한 ‘도’의 아름다움은 한승원의 소설 속에 이렇게 피어 있다.

“우리가 닦고 있는 도(道)라는 것도 그 연꽃과 같은 것이다. 더러운 세속에 몸을 담고 살면서 핍박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자비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도이지 않느냐.”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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