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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레인지로버 타고 오른 경주 토암산 자락

입력 : 2014-04-28 19:50:28 수정 : 2014-04-29 1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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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탄생한 정통 오프로더. 랜드로버社의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프리랜더, 레인지로버 이보크 등 전 차종이 경주 토함산 자락에 모였다. 컵홀더에 놓인 무전기에서는 레이서 오일기 선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선수 과감하다. “자 준비된 기자분들부터 출발하겠습니다. 차를 믿고 쭉쭉 따라와 보세요”.

때 이른 벚꽃은 이미 다졌다. 벚꽃으로 유명한 경주까지 왔지만 아쉽다. 여름 같은 봄이 이어지던 4월 중순 경주 토함산 암곡리에 랜드로버의 전 차종이 모였다. 가장 싼 차 프리랜더 2도 무려 5910만원이나 되는 고급차 브랜드 랜드로버다. 대표 모델인 레인지로버는 최고급 옵션의 경우 2억60만원이다. 이번 오프로드 도전은 남다르다. 사설 정비소에서 쇽업쇼버를 올리고 스프링을 바꿔 끼운 뒤 동호회원들과 찾아갔던 오프로드가 아니다. 수천만원의 고급 옵션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오프로드의 왕자’라고 불리는 차를 만나러 왔다. 취재를 위해 경주를 온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만난 풍경은 남다르다.

암곡리 마을 어귀에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이미 수차례 답사하러 다니며 길을 정리해놨다. 너무 험한 곳은 험하지 않게, 너무 평범한 곳은 험하게 바꿔놨다. 마을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다니는 좁은 길을 지나자 산 위의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다음 산으로 올라가는 중간 길이다. 멀리 언덕 위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미군의 숙소로 나오던 건물도 있다. 기자들이 탄 다섯대의 차를 인솔하는 디스커버리에는 레이서 오일기씨가 탑승했다. 운전을 하면서 끊임없이 무전기로 ‘좀 더’를 외친다. 차를 믿고 더 밟으란 얘기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경주 토함산 자락에 총 16㎞에 걸친 오프로드 코스를 개발해놨다. 오프로드라서 느릿느릿 달리는데다가 워낙 흔들리고 쏠리는 코스가 많아 세 곳의 휴식처도 만들었다. 이 코스를 주파하는 데는 총 2시간30분이 걸린다.

첫 코스 자갈밭을 달리는 데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운전자가 해야하는 일이라고는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 2’를 자갈길에 맞춰놓는 것뿐이다. 물론 ‘auto’에 버튼을 놓으면 알아서 차를 조절한다. 이어서 에어 서스펜션을 조절해 차고를 최대 높이로 맞췄다. 끝까지 올라간 레인지로버는 성인 남성이 타고 내리기에도 벅찬 높이가 됐다. 차 한 대가 지날 좁은 길에 들어섰다. 아래는 자갈이 깔려있다. 듬성듬성 큰 돌도 섞였다. 등산코스로 치자면 계단을 만들어 정리해야 할 그런 곳이다. 기자가 탄 레인지로버는 마치 손오공이 근두운을 탄 듯 말랑말랑한 승차감으로 이 코스를 통과했다.

거울을 통해 뒤를 돌아보자 뒤따르는 랜드로버의 모습이 장관이다. 흙먼지가 뽀얗게 날리지만 그 사이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고 늠름하게 랜드로버가 달려온다. 기자가 타고 있는 레인지로버는 8기통 터보 디젤 엔진의 강력한 심장을 가진 4.4 SDV8 Vogue SE 모델. 2550㎏의 차체를 339마력(ps), 71.4㎏·m의 토크로 끌어간다. 어지간한 차에서는 볼 수 없는 고성능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넣어 복합기준 공인연비를 9.4㎞/ℓ까지 맞췄다. 디젤 엔진에 덩치 큰 2.5톤짜리 SUV지만 제로백은 6.9초로 날렵하다.

오프로드에서는 당연하게도 제로백은 의미가 없다. 디젤 엔진의 강한 토크보다는 가솔린 엔진의 섬세한 조절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인지로버 디젤 모델이 더 인기를 끄는 이유는 좀 더 좋은 연비와 낮은(?) 가격뿐이라고 추측된다. 이날 시승하지는 않았지만 8기통 5.0ℓ의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레인지로버도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디젤에 비해 고작 3.2㎞/ℓ 낮은 6.2㎞/ℓ다. 2억짜리 자동차의 연비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기자의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상상을 하며 계속 산을 올랐다.

수풀과 진흙길을 지나자 능선이 나왔다. 능선과 능선 사이에는 가파른 계곡이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만든 회심의 코스다. 가파른 계곡을 차를 타고 내려간다. 눈으로 보기엔 30도쯤 되는 계곡길을 내려가자면 느낌상으론 스키장 고급자 코스 같다. 레인지로버는 평상시 진입각 26도, 오프로드에서는 34.7도이며 탈출각도는 평상시 24.6도, 오프로드에서는 29.6도다. 코스를 설계한 주최 측은 오르막, 내리막, 경사로 모두 24도 정도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먼저, 계곡을 내려간 오일기 선수의 지시가 무전으로 전해졌다. “자 첫 번째 둔덕만 조심하시고요. 천천히 내려와 보세요. 중간에 가속페달, 브레이크 모두 발을 떼 보세요” 고꾸라지는 언덕 아래로 2.5톤의 레인지로버를 몰아갔다. 보닛에 가려 바닥이 보이지 않다가 앞·뒤바퀴가 모두 내려가기 시작하니 땅이 보인다. 몸은 앞으로 쏠려 떨어질 듯하다. 머릿속에서는 차가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만 페달에서 발을 모두 뗐는데도 안정감이 있다. 레인지로버의 전자식 제어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언덕을 내려가며 ‘언덕 미끄러짐 방지(HDC)’장치가 가동됐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속도를 늦추며 차근차근 미끄러지지 않고 내려간다.

바닥까지 내려오니 다시 올라가란다. 아래로 내려올 때 보다 좀 더 긴장된다. 중간에 차를 멈추고 후진을 하다가 다시 올라가는 미션도 주어졌다. HDC는 언덕에서 후진을 해도 작동했다. 우르르 굴러 떨어지는 랜드로버는 이제 볼 수 없다.

사실, 레인지로버의 실내는 무척이나 화려하다. 7인치 듀얼 뷰 모니터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한 개의 화면을 바라보지만 각각 다른 내용을 볼 수 있다. 2014년식에는 평행·직각 주차 보조기능과 360도 주차거리 감지 기능을 추가했다. 5단계로 조절하는 앞좌석 마사지 시트와 럼버 서포트, 통풍 기능을 가진 리어 시트에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오디오까지 화려한 옵션이 들어있다.

여느 시승이라면 6.9초 만에 시속 100㎞/h에 이르고 화려한 옵션이 압도하는 돈의 가치를 여러 가지 수식어로 표현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성능을 그대로 느낀 코스는 정통 SUV 제조사의 명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단번에 보여줬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모델이 큰 인기를 끌자 선택의 폭을 늘렸다. 엔진 종류와 옵션에 따라 5가지 모델을 내놨다. 가장 비싼 2억60만원부터 디젤 3.0 엔진은 1억6350만원이다. 여기에 스포츠 성향을 더욱 강조한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1억1680만원부터 1억3690만원까지 4종류가 있다.

경주=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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