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게 히트한 드라마 ‘상속자’가 아직 20억건에도 이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인기다. ‘별그대’는 대사 한 마디로 중국을 뒤흔들었다. ‘치맥’이란 용어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록시켰다. 심지어 중국 정계의 가장 큰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
많은 중국인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묻는다. 난들 비결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양국의 드라마 제작 방식 차이에서 단서를 찾을 뿐이다. 중국은 드라마 하나가 만들어져 방영되기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시나리오를 완성하면 정부 심의를 받아야 하고, 촬영이 끝나면 또 심의받아야 한다. 반면 한국은 다음 주 방영할 분량을 이번 주에 촬영한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에게 ‘쪽대본’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다.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어도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기 십상이고,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에 종영하기 일쑤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
중국은 거대한 콘텐츠 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뜨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국 콘텐츠 제작자들은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에 먼저 눈독을 들인다. 중국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가 한국 등 여타 국가에서 통하긴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다. 따라서 콘텐츠를 만들 때 중국·일본 등 이웃 나라와 세계인의 취향을 고려한다.
‘상속자’와 ‘별그대’는 중국의 특정 배급업체와 독점계약을 했다. 독점권을 획득한 이 회사는 먼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방영하고, 다른 사이트에도 재배급한다. ‘상속자’도 ‘별그대’도 드라마 제작 이전 판권을 넘길 때는 이처럼 뜰 줄 몰랐다. 그러니 인기가 치솟을수록 독점계약을 한 중국 배급업체만 배를 불리는 모순이 생겨난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상속자’와 ‘별그대’ 둘 다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방영과 거의 동시에 중국에서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불법유통을 막을 수 있었다. 사실 중국 온라인에서 한국과 실시간으로 방영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뜨거운 인기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일단 드라마가 떠야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드라마 판권 관리는 이처럼 많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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