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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별그대’ 신드롬과 한·중 문화소비 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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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7 21:42:45 수정 : 2014-04-27 21: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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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중국에서 ‘대박’이다. PPTV 등 중국 네다섯 개 사이트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조회 수가 35억건을 넘었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드라마 ‘상속자’가 아직 20억건에도 이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인기다. ‘별그대’는 대사 한 마디로 중국을 뒤흔들었다. ‘치맥’이란 용어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록시켰다. 심지어 중국 정계의 가장 큰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

많은 중국인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묻는다. 난들 비결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양국의 드라마 제작 방식 차이에서 단서를 찾을 뿐이다. 중국은 드라마 하나가 만들어져 방영되기까지 2년 정도 걸린다. 시나리오를 완성하면 정부 심의를 받아야 하고, 촬영이 끝나면 또 심의받아야 한다. 반면 한국은 다음 주 방영할 분량을 이번 주에 촬영한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에게 ‘쪽대본’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다.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어도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기 십상이고, 시청률이 낮으면 조기에 종영하기 일쑤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드라마 완성도만 놓고 보면 중국 방식이 맞다. 그런데 이는 ‘시대감’이 떨어진다. 2년 전에 이미 제작이 끝난 중국 드라마보다 지금 만들어지는 ‘따끈따끈한’ 한국 드라마가 당연히 유리하다. 누리꾼들은 드라마 게시판에 올린 댓글이 드라마 전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여긴다.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 직접 ‘참여하는’ 태도로 드라마를 대한다. 어찌 보면 완성도 면에서 취약한 한국 방식이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 드라마가 뜨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거대한 콘텐츠 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에서 뜨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국 콘텐츠 제작자들은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에 먼저 눈독을 들인다. 중국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가 한국 등 여타 국가에서 통하긴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다. 따라서 콘텐츠를 만들 때 중국·일본 등 이웃 나라와 세계인의 취향을 고려한다.

‘상속자’와 ‘별그대’는 중국의 특정 배급업체와 독점계약을 했다. 독점권을 획득한 이 회사는 먼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방영하고, 다른 사이트에도 재배급한다. ‘상속자’도 ‘별그대’도 드라마 제작 이전 판권을 넘길 때는 이처럼 뜰 줄 몰랐다. 그러니 인기가 치솟을수록 독점계약을 한 중국 배급업체만 배를 불리는 모순이 생겨난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상속자’와 ‘별그대’ 둘 다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방영과 거의 동시에 중국에서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불법유통을 막을 수 있었다. 사실 중국 온라인에서 한국과 실시간으로 방영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뜨거운 인기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일단 드라마가 떠야 부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드라마 판권 관리는 이처럼 많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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