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의 재난구조 시스템 예산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용된 예산 중 일부(4억3500만원)와 2012년도 예산액 7억3000만원, 전년도 이월액 20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11억8500만원 중 52.7%인 6억2400만원만 집행했다. 5억800만원은 이월하고 5200만원을 불용했다. 전용액의 92.5%를 쓰지 않고 이월한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전용 없이 연차별 증설 사업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2013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시켜 추진하더라도 차질이 없었음에도 무리하게 전용해 사업을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해상긴급 특수번호인 122는 지상의 ‘119’처럼 해경이 ‘1초라도 더 빨리 사고를 접수해 인명을 구조하겠다’며 공들여 추진한 사업이다. 122로 전화를 걸면 해경 긴급상황실이나 관할 해양경찰서로 직접 연결돼 비상 상황과 위치를 알릴 수 있고, 122 해양경찰구조대가 출동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번 사고에서도 최초 신고는 119였을 정도로 ‘먹통’ 신세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해경이 122번호로 접수한 전화 건수는 21만1797건인데 이 전화의 목적에 맞는 긴급 사건접수는 7761건(3.7%)에 불과했다.
해경은 또 2012년 전국 19개 해양경찰기관의 122상황 관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유지보수비로 3억5000만원을 편성했으나 이 중 1억6000만원을 감액 조정하는 등의 문제점을 예산정책처로부터 지적받았다.
해경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예산낭비와 남용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의 지난해 11, 12월 재정집행 실태 감사 결과 해경은 기름유출 사고 시 사용할 방제장비가 보유 기준보다 부족한데도 지난해 장비구입 예산 12억9000만원 중 2억9000만원을 임의로 집행해 계획에도 없던 순찰차 21대를 구입했다. 이 때문에 해경에는 고압세척기 20대, 저압세척기 23대, 기름 이송용 펌프 4대 등이 부족하게 돼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 해양오염을 막을 능력이 저하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경은 2012년에는 탄약구입비로 9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이를 내버려둔 채 노후함정 교체 및 대형함정 건조사업의 낙찰차액으로 들어온 돈 9억원을 40㎜ 함포용 탄약 구입에 사용했다.
이천종·박세준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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