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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꺼내만 달라고”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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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4 19:07:33 수정 : 2014-04-25 01: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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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잔잔한데 수색 중단 왜” 성난 가족 대책본부 항의 방문
해수부 장관·해경청장과 실랑이
“왜 민간잠수부를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누가 내 딸 살려달래? 그냥 꺼내 만 달라잖아!”

“내 새끼 물고기 밥 된 뒤에 꺼낼 거야? 왜 이렇게 바다가 잔잔한데 수색을 중단해!”

조류가 느려지는 소조기 마지막날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은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후 5시30분쯤 팽목항에 설치된 상황실에 몰려갔다. 이날에만 두번째 항의 방문이었다. 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을 향해 소리쳤다. 급기야 이 장관과 김 청장 등을 불러내 둘러싼 채 거칠게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김 청장은 멱살이 잡혀 옷이 찢어졌고, 최 차장은 목에 상처를 입었다.

가족들은 “당장 민간잠수사를 투입하라”고 요구했고, 김 청장은 “가용한 모든 인력을 동원해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실종자 가족들이 원한다면 현장 상황을 고려해 민간잠수부를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작업 중인 바지선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수색 현장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다이빙벨’을 보유하고 있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색작업 참여를 요청했다. ‘잠수용 엘리베이터’라고 불리는 다이빙벨은 잠수부들이 1시간 정도 물속에 머물며 사고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휴식공간인데, 정부는 그동안 ‘잠수사의 안전’을 이유로 사용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해경 관계자가 “투입시기 아니며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 장관 일행은 25일 오전 1시를 넘어서까지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족들의 분노는 수색작업이 늦어지면서 끓어올랐다. 이날 새벽부터 오후 1시까지 발견된 시신은 12구. 전날인 23일에는 정오까지 30여구가 발견됐다. 더욱이 주말부터는 사고해역에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가족들은 초조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를 맞은 24일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가운데)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부진한 수색과 관련해 항의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다.
진도=이재문 기자
실종자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신 발견이 더뎌지자 수색현장을 직접 보겠다고 상황실에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 가운데 48명이 상황실이 마련해 준 배 2척에 올랐다. 그러나 사고 현장을 둘러본 가족들은 “수색에 참여한 잠수부가 고작 8명밖에 안 된다”며 오후 1시쯤 팽목항에서 배에 내린 뒤 진도군청에 설치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과 면담을 가진 가족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황 설명을 해달라”, “말만 하지 말고 결과를 보여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는 작업 여건이 좋은 이날 모든 자원을 투입해주길 원했다.

팽목항에 마련된 시신안치소에서도 유족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시신이 뒤바뀌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검안 절차를 강화해 DNA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신 인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분증과 옷차림, 치아치료 등 비교적 확실한 증거로 가족의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도 시신을 인계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DNA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4시간 이상 걸린다. 한 엄마는 “자식을 눈앞에 두고도 못 데려간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진도=이보람·이정우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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