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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등굣길… 학생과 선생님은 말없이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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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4 19:11:16 수정 : 2014-04-25 1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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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3학년생들 수업 재개… 전문가 참여해 심리치료 진행
교문엔 무사귀환 쪽지글 수북… "아이들, 선생님 위로 가슴 뭉클"
임시휴교 이후 처음 만난 학생과 선생님은 말없이 서로를 껴안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단 선생님은 갈색 교복을 입은 3학년 학생의 어깨를 다독였다.

24일 오전 7시, 아직 1교시 시작이 1시간이나 남았지만 하나둘씩 학교를 향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등굣길의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조용히 학교로 향했다. 친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떠들며 웃음 띤 표정의 평소 등굣길과는 사뭇 달랐다. 정문엔 실종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형형색색의 쪽지글과 노란 리본이 달려 있고 그 앞에 마련된 책상 위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 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임시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24일부터 3학년 수업을 재개했다. 첫날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리치료 위주의 수업이 오전 동안만 진행됐다. 등굣길에 만난 한 3학년 학생은 “지난 1주 넘게 그냥 담담하게 있었던 것 같다”며 “학교 오는 길이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할 고3 학생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또 다른 학생도 “학교가 쉬는 동안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아 TV만 봤다”며 “사고 이후 하루종일 멍하게 시간만 보냈다”고 말했다.

이날 8시20분 학생 대부분의 등교가 마무리되자 2학년 희생자 학생들의 운구차가 교내로 들어왔다. 이를 본 학생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하굣길 지도에 나선 3학년 학생부장인 김모 교사는 “학생들의 표정은 무겁고 침통했지만 교실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서로 위로를 나눴다”며 “아이들은 선생님의 건강을 더 걱정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하며 울먹였다. 김 교사는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과 성숙한 태도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했다.

단원고의 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경북대 소아정신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굉장히 차분하게 (수업에) 잘 왔다”며 “전문의와 상담센터 선생님들과 애도하는 카드쓰기 등 심리치료를 통해 안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단원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교를 빨리 열고 선생님들이 복귀하는 게 위기해소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산=김영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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