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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시스템·인력 허점 지적 ‘위기대처 능력 부족(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위기관리시스템에 따른 대응 및 조치 전반적으로 미흡(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11년 전에도,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나라를 뒤흔든 대형 재난 수습을 마무리할 때마다 위기대응 시스템과 인력의 허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과거에서 배운 교훈이 축적되지 않으면서 ‘재앙의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됐다. 

◆‘위기대응 부실’ 경고 잇따라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당일부터 정부는 위기대응능력의 한계를 나타냈다. 사고 직후 법에 근거해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현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구조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자 법적 근거도 없는 ‘범정부대책본부’가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과거 참사를 기록한 백서에서도 지휘체계 혼란에 따른 초기 사고수습 지연을 경고했다. 502명 사망자를 남기며 건국 이래 최악의 인재(人災)로 평가되는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사고처리단계 초반에는 서울시 사고대책본부에서 조치해야 할 업무범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책본부의 반별 업무한계도 불분명한 점이 있었다. 실무반의 인력편성, 임무부여, 기능별 활동 등이 부적절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었다.”

사고 초반 구조작업에도 많은 허점이 지적됐다. 백서는 “사고가 나자 1시간여 만에 대책본부를 만들었지만 체계적인 구조작업과 후속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며 “구조를 위해 필요한 랜턴, 절단기 등 기본 장비가 (사고 다음날인) 30일 새벽까지도 구조대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8년 뒤 2003년 일어난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의 백서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방화지만 “지하철공사 등 외부 비상대응기관 직원들의 위기 대처능력 부족 등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10년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백서를 펴내 다른 부처와의 협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외교안보수석실(국방비서관실) 위주로 관리되고 타 비서관실의 인식 및 협조가 미흡했다”며 “국가위기상황 시 국무총리실에서는 선도적인 위기관리를 한다기보다는 상부지침에 따라 이를 이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또한 백서는 천안함에서 청와대까지 최초 보고가 지연돼 23분이 걸렸으며, 현장상황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고되지 않아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재난, 세월호 침몰사고 ‘판박이’


과거 대형 재난은 세월호 사고와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했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백서에 나타난 당시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간의 교신 내용은 세월호 사고 때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항해사의 우왕좌왕했던 교신 상황과 겹친다. 1097호(사고 지하철)의 기관사는 화재발생 즉시 그 사실을 종합사령실에 보고하지 못했고, 종합사령실은 화재발생 사실을 역무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근 역에서 출발하고 있던 전동차에 진입금지나 무정차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다. 백서는 “(종합사령실이) 운행 중인 모든 전동차에 ‘중앙로역 진입 시 조심히 운전해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 발생되었습니다’고 막연하게 지시했다”며 “승객대피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전동차를 출발시키는 데만 집착한 결과, 대피시기를 놓쳐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는 사건 발생 시각을 수차례 변경해 혼란과 불신을 야기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정부는 탑승자, 구조자 숫자를 계속 변경하고 교신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며 불신을 키웠다.

백서는 “군 관계자들은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정보 부족과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언론에 대응했다”며 “사건 발생시각과 관련하여 열영상관측장비(TOD)의 영상자료를 제시하는 공보과정에서는 모든 자료를 한 번에 공개하지 않고 네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하여 불신을 야기했고, 연일 계속되는 언론의 취재경쟁에 선제적인 공보조치를 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제적인 공보조치를 통하여 국민과 언론으로부터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현안에 대한 브리핑은 사건의 주요 관계자와 공보 전문가의 협조에 의한 공보시스템이 요구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백소용·김예진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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