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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없이 숯검정입니다/ 온 국민이 모두 숯검정이 되었습니다/ 직접 당한 분들의 가슴은 오죽하겠습니까/ 뻥 뚫린 가슴에 시커멓게 타버린 숯검정의 재만 날리고, 어디로 가는지, 무얼 생각하는지, 왜 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시인 이정하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한 대목이다.

자식의 죽음 앞에 덤덤할 부모는 없다. 자식의 죽음을 참척(慘慽)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참척은 참혹한 슬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는 뜻이다. 부모의 죽음을 천붕(天崩)이라 부르며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 해도 그보다 더한 아픔은 자식의 죽음이다.

진도 팽목항은 이제 통곡의 항으로 바뀌었다. 살아오기만을 기다린 내 아들 내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탓이다. “엄마 내가 말 못 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세월호 침몰 직전 보내온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며 자식의 이름을 불러봐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나올 눈물도 없고, 찢어질 가슴도 없다.

북한이 그제 대한민국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위로 전문을 보내왔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이웃집 원수지간이라도 어려운 일이 닥치면 슬픔을 함께 나누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모두가 우는 일이라면 어떤 식이든 ‘민족끼리’ 조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간 북한의 행태를 보면 순수한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 피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사망했을 때도 조문을 보내왔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그랬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일행이 직접 조문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선 일시적이나마 남북 간에 미세한 훈풍도 불었다.

남북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격, 무인기 도발에 이어 4차 핵실험 예고로 작금의 한반도는 일촉즉발 상황에 놓여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의가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나와 있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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