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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큰사랑 잊고 살아 … 주름진 손 잡아드리자

입력 : 2014-04-24 21:22:43 수정 : 2014-04-25 1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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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의 한 주의 시] 우산과 비, 눈부처

우산과 비 / 김승규

비닐우산에 가랑비는
참깨 볶는 소리
박쥐우산에 소나기는
검정콩 볶는 소리
우산은
작은 가마솥
비를 달달 볶는다.

눈부처 / 김승규

아기 눈 속 엄마부처
엄마 눈 속 아기부처
아기부처가 웃는다
따라 웃는 엄마부처
두 부처 마주 웃으니
극락이다 한 나절

‘동심이제(童心二題)’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두 편의 시조이다. ‘우산과 비’는 말 그대로 우산을 쓰고 가며 느끼는 독특한 발상의 동심이 표현되어 읽는 사람 누구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한다.

‘눈부처’는,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바라볼 때 상대방의 눈 속에 비친 앞사람의 모습을 일컫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엄마와 아기가 서로 마주볼 때 아기 눈 속에는 엄마가, 엄마 눈 속에는 아기 모습만이 크게 비친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새 생명, 오로지 자신의 보호 아래 놓인 자신의 분신인 천사 같은 아기가 엄마에겐 세상의 전부이고 아기에겐 말할 필요도 없이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다. 마주 바라보는 두 눈동자에 비치는 눈부처는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리 귀중한 것도 틈입할 수 없는 완벽한 둘만의 세계이다. 아기가 웃으면 엄마가 따라 웃고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본 아기가 또다시 따라 웃는다. 둘 사이엔 서로 바라보며 웃는 행복과 기쁨의 시간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극락’의 시간은 ‘한나절’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짧은 순간에 지나간다. 아기는 어느새 자라나 자아(自我)가 형성되는 사춘기를 지나 성년이 되고, 부모와 따로 독립된 한 가정을 이루고 자기 생활에 골몰하게 된다. 성년이 된 ‘아기’에게 어릴 적의 기억은 사라지거나 희미해져 간다. 그러나 어느새 늙어버린 엄마에게는, 온갖 사랑과 정성과, 자신의 삶은 저만치 제쳐놓고 희생으로 아기를 키우던 시간이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생생히 살아있다. 그 그리운 기억으로 엄마는 오늘도 ‘아기’였던 자식을 걱정하고,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보살펴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모든 부모와 자식의 생각의 간극이 생겨난다. 작은 틈이 점점 벌어져 큰 강이 되기도 한다.

‘눈부처’
그림=화가 박종성
이승에 목숨 받아 태어난 존재로 부모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다. 부모의 몸을 빌려 생명을 받고 부모의 사랑과 지극한 보살핌으로 자라나서는, 저 혼자 태어나 저 혼자 자란 것처럼 그 사랑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우리들이다. 오늘은 열 일 다 제쳐놓고 어머니께 달려가 주름진 손이라도 잡아드려야겠다.

이혜선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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