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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동부건설…유상증자로 재무건전성 회복될까

입력 : 2014-04-24 09:36:24 수정 : 2014-04-24 09: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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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매각을 통해 자력갱생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건설이 좀처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유상증자를 마지막 카드로 꺼내들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카드의 속내를 살펴보면 동부건설의 곤궁한 사정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이 오는 25일부터 진행하는 유상증자는 362억원 수준이다. 동부건설이 내년 3월 말까지 갚아야 할 1년 이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6000억원과 견주면 미미한 금액임에도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주가(발행가액 2415원)가 워낙 낮아 전체 주식의 42%나 된다. 동부건설 최대주주인 김준기 회장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상증자로 362억원의 자금을 융통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자금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상증자 목표액을 달성했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의 지분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추진 중인데, 해당 주식은 차입금과 주주간 약정보증에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확인돼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동부건설로 유입되는 실질적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 유입이 크지 않은 동부건설은 올해 안으로 2100억원 가량의 회사채 등이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500억원 수준의 내부 보유현금만으로는 이를 갚기 어렵다. 차환발행(만기된 회사채를 갚기 위해 발행하는)을 시도해야 하지만 동부건설의 신용등급(BBB-)으로는 자체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동부그룹 자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인데다 계열사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어 유상증자 이후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적극적 도움이 없이는 험난한 일정을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사실상 마지막 '유상증자'…자금조달 여건 더 악화될 수도동부건설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발행주식은 1500만주이며 직원들인 우리사주조합에 20%인 300만주를 배정하고 나머지 1200만주를 일반공모한다. 김준기 회장을 비롯해 친인척, 동부CNI를 합쳐 70% 가까운 지분율을 확보한 동부건설의 유상증자가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주주 일가의 적극적 참여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선 동부건설의 대주주인 김준기 회장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김 회장이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00억원의 사재 출연도 약속했지만 일정이나 방식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룹이 동부화재나 동부증권 등 계열사 직원들에게 동부건설의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동부건설의 실적악화와 자산매각 지연으로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상증자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실제 동부건설의 주 수익원인 공공 공사 수주실적은 2010년 5338억원에서 지난해 말 2694억원으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원가율은 88.3%에서 97.53%로 증가하는 등 실적악화 부침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동부건설의 총차입금 6465억원이다. 이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6234억원에 달한다. 내년 3월말까지 갚아야 하는 돈만 6000억원이 넘어 차입금 상환의 압박 부담이 상당하다.

여기에 동부건설이 기존에 발행했던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부채비율(연결재무제표 기준) 700%를 넘어서면 만기 전에라도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기한의 이익 상실' 조건이 붙어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동부건설의 연결 부채비율은 617.5%여서 부채가 조금만 더 늘어나거나 손실이 발생해 자본금이 줄면 회사채를 조기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동부건설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전액 어음 결제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력 저하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것이다. 동부건설의 유상증자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건설기업의 IR팀 관계자는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렵다 보니 유상증자를 꺼내들었다"며 "이번에 진행하는 유상증자의 발행 주식수는 1500만주로 보통주 3535만6403주의 42%를 넘어서는 물량이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앞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 벗고 안정권 진입할 해법은?올해 동부건설이 차환해야하는 회사채와 어음 등은 6월 600억원, 9월 500억원, 12월 1000억원 등 총 2100억원 규모다. 단기차입금 등을 감안하면 동부건설은 결국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한 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산매각 작업이 완료돼야만 어느 정도 재무적 안정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 등 보유 지분 매각이 동부건설의 재무안전성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이라며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자산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동부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으로 KTB PE와 지분 매각을 위한 본 계약을 앞뒀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금액은 3100억원 가량이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1%를 가지고 있는 동부건설은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된다. 이와 함께 동부그룹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동부 당진 발전소(4000억원)와 동부제철의 인천공장(1조2000억)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중으로 이 작업이 성사되면 동부 당진 발전 지분의 100%를 보유한 동부건설은 3000억∼4000억원의 추가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동부건설이 실질적으로 손에 쥘 현금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동부건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동부익스프레스, 동부발전당진 등의 보유 주식은 차입금과 주주간 약정보증에 담보로 제공되고 있어 주식을 매각하더라고 담보제공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자금유입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의 신용분석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팔더라도 담보로 잡힌 게 많아 동부건설 유동성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는 면에서 동부그룹이 동부건설 경영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출 등과 같은 차입금은 만기연장에 동의해줘 단기차입금에 대한 실질적 상환 부담은 금액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하반기에 회사채 상환을 어떤 식으로 대처해 나갈지 여부를 모니터링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건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었던 경기도 김포시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의 계약률이 최근 95%를 넘어서는 등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재무구조가 안정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사업과 관련된 대손충당금을 1000억원 이상 설정해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올해 1분기 관급공사 수주실적이 지난해 전체 수주실적의 80%에 육박하는 등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자산매각이 완료되면 재무구조가 곧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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