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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인거 뻔히 보이는데…" 분통 “내가 자식도 못 알아본다는 말이에요? 내 아들인 거 뻔히 보이는데.”

23일 오후 9시30분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고성이 울려퍼졌다. 시신 검안을 마친 가족들이 ‘어서 내 아이와 함께 돌아가고 싶다’며 정부 방침에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오전에 21구가 들어왔는데, 그 가운데 가족 품에 안긴 건 3∼4구뿐”이라며 “지금 모든 게 엉망이다. 검안의도 2명밖에 못 봤다.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이날부터 또다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시신에 대한 유전자(DNA)검사를 의무화했다. 17일과 22일에 이어 이날도 시신이 뒤바뀌는 사태가 발생하자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면 시신을 유가족들에 인계하겠다는 방침을 바꾼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김모(18)군의 아버지는 “정부로부터 어떤 공지도 들은 적이 없다”며 “아이가 잠을 자는 듯한 상태라 절대 못 알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팽목항 부근 임시 막사 안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절규가 터졌나왔다. 막사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인양 시신 정보게시판을 불안한 눈빛으로 훑던 한 어머니의 절규였다. 가슴을 치며 울부짖다 주저앉아 버린 그의 손에는 ‘146번째 신원 미상자 특징’이라고 적힌 종이가 쥐여 있었다. 근처에 있던 의료진 3명이 바로 부축해 인근 의료진 막사로 옮겼다. 이를 바라보던 다른 50여명의 실종자 가족은 가슴을 졸이며 게시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고대책본부는 시신이 인양될 때마다 시신별 특징을 메모해 게시판에 붙여두고 실종자 가족들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황판에는 이날 오전에 인양된 시신 21구를 비롯해 앞서 인양된 시신 중 신원 확인이 안 된 30여구의 특징을 적어 놓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게시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한 부부는 시신의 의복 특징 등 ‘138번째 신원 미상자’ 안내문을 본 순간 “우리 제훈이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아들이 입은 옷가지가 어땠는지를 떠올리려 안간힘을 썼다. 결국 맞다는 확신이 들자 부부는 체념한 듯 울음을 삼키며 막사를 빠져나갔다. 옆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이 아들인 줄 알고 엉엉 울던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고, (다시 보니) 아니네 우리 아들…”이라며 눈물을 훔치고 돌아섰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오전에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가족이 오열하거나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여전히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부모들은 “우리 애는 언제 나오는 거예요…”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생환의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인사도 못한 채 먼저 눈을 감은 피붙이의 몸이라도 온전히 거두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재난의료지원단과 진도보건소 이동진료소 소속 의사와 간호사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진이 빠진 가족들의 건강을 챙겼다.

진도=오영탁·이보람·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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