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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미안하다”… 눈물의 조문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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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3 20:03:16 수정 : 2014-04-23 2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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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수천명·연예인 발길 이어져… 통진당 이정희 대표도 추모동참에
유족들 “정치인, 뭘했나”한때 소동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하다.”

여객선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하루에만 수천명의 조문객이 눈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른 아침부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희생자 유가족, 직장인, 주부 등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이날 조문행렬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으며, 분향소 바깥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5600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분향소에는 ‘후배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등 다양한 위로 문구가 적힌 조화 60여개가 전국에서 도착했다. 체육관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시민들이 보낸 추모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합동대책본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합동분향소는 국화꽃으로 채워진 가로 40단, 세로 6단의 대형 제단이 마련됐다. 최대 240명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할 수 있는 규모다.

조문객들은 손에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제단 앞에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읽으며 묵념했다. 일부 조문객은 절을 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체육관 한쪽 벽면에 설치된 제단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 22명의 영정이 안치됐다. 학생은 대부분 교복 차림의 웃는 모습이어서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개를 떨군 채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단원고 1학년 한 학생은 “선배가 아직 실종자 명단에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돌아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희생자 A군의 윗집에 산다는 한 주민은 “노래를 좋아하는지 매일 가수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부르던 학생의 노랫소리가 요즘 들리지 않는다”며 “며칠 전 분리수거하러 가는 길에 마주쳤을 때 착하다는 말 한마디 못해준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분향소 한편에 마련된 추모메모판에는 희생자 부모가 자녀들에게 남긴 말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묵념 단원고 재학생들이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임시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안산=남정탁 기자
‘○○아, 잘 잤어? 친구들 만나 얘기하느라 못 잤으려나?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해 ^-^ ♡ Mom’, ‘보고 싶구나 나의 아들아 이제 편안하게 있으렴. 미안해. 사랑해’, ‘○○아, △△이 엄마야. 하다 보니 △△이랑 나란히 있게 되었더라. 사진 보니 참 착하고 듬직해 보여서 맘이 좋아. △△이랑 같이 친하게 잘 지내줘. 자주 갈게.’

이날 분향소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탤런트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이 찾아 슬픔을 나눴다. 이날 오후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임시 합동분향소 조문시 취재진이 분향소 입구를 10분 정도 막자 유족들이 “정치인이 해준 게 뭐 있다고”라며 방명록이 놓인 책상을 뒤집어엎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으나 소동 후 방명록은 수거됐다.

합동대책본부는 임시합동분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누구나 추모글을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010-9145-8879)를 마련했다.

안산=김영석·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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