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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보호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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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3 19:55:27 수정 : 2014-04-24 10: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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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같은 임시거처 시설 ‘열악’
재난상황 안정적 환경 제공하는 日 파티션·加 종이벽 등과 대조
실종자 구출에서부터 대책 마련까지 답답한 대응과 무능한 민낯을 드러낸 정부의 행태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임시거처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난 발생 시 칸막이 하나 없어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하는 임시거처를 제공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정부는 뒤늦게 임시거처에 칸막이를 설치하려다 가족들과 협의하지 못해 철회했다.

전날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브리핑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체육관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이재민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열악한 시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실신한 모습이 일주일째 그대로 노출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칸막이 설치를 제안한 것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단체로 진도에 내려와 봉사 중인 학생들이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22일 학생들이 제안해 23일 가족측과 협의하니 가족들이 ‘빨리 구조해달라고 했건만 사고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란 것이냐’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파티션 시설을 설치한 모습(왼쪽 사진)과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실내체육관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반 시게루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하지만 해외 선진국은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서 경황이 없는 재난민을 위해 최소한의 프라이버시와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치한 파티션이 대표적 사례다. 휴지심 모양의 판지 기둥을 세우고 흰색 커튼을 내린 시설이다. 신속하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고 가족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다. 캐나다에선 한 디자인 그룹이 아코디언처럼 자유자재로 늘렸다 폈다 하는 종이 재질의 벽을 제작한 적도 있다. 선진국에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임시거처의 최소요건이지만, 정부는 뒤늦게 가족측에 제안한다고 언론에 브리핑까지 했다가 정작 가족들에겐 퇴짜를 맞았다.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실종자 가족 600∼700명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지낸다. 상당수가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링거를 맞는 모습도 노출돼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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