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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대한민국호 ‘선장’ 박근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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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3 21:46:12 수정 : 2014-04-23 2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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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버지 리더십’ 세월호 참사로 휘청
병든 시스템 고치고 국민 슬픔 보듬는 모성적 접근 절실
# 대통령 박근혜는 군인의 딸이다. 그의 거수경례는 각이 서 있다. 근엄한 자세는 반복훈련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강한 눈빛과 살아 있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 주변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같은 강골 무장이 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생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맞선 얘기를 털어놓았다. “군화를 벗고 있는 뒷모습이 말할 수 없이 든든해보였어요.” 옥천의 부잣집 딸이 가난뱅이 군인에게 반한 이유였다. 대통령에게는 그런 아버지 피가 흐른다.

# 1971년 4월 서울대 관악캠퍼스 이전 공사가 시작될 무렵, 홍릉에서 서울연구개발단지 기공식이 열렸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행사장으로 가는 도중 갈림길에서 갑자기 우회전을 했다. 박정희가 묻자 학생과 경찰이 캠퍼스 이전 반대 시위로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정희의 반응은 단호했다. “상관없어, 바로 가.”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서울대 사범대 앞에 이르자 돌과 연탄재가 빗발치듯 날아왔다. 그때 돌멩이 하나가 1호차 유리창에 부딪혔다. “당장 차 세워!” 박정희가 차에서 내리자 수행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돌을 던지는 시위대를 향해 걸어갔다. 누군가 “박정희다!” 하고 소리쳤고, 학생들은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박정희는 대학 학생처 사무실로 곧장 걸어가 학교 관계자들에게 호통쳤다. “학생 지도 똑바로 하시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튿날, 박 대통령은 아버지처럼 뚜벅뚜벅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행한 걸음이었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물세례를 받은 터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단호했다. “가시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대통령은 유가족의 손을 잡고 “여러분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이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소리쳤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배연국 논설위원
# 1974년 8·15 광복절 행사에서 박정희가 경축사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실내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박정희는 옆에서 피를 흘리는 육 여사를 보고 “병원!”이라고 외쳤다. 경호원들이 육 여사를 안고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사이 범인은 검거됐다. 박정희는 다시 단상에 올라 기념사를 끝까지 낭독했다. 그러고는 육 여사가 앉았던 빈자리를 살폈다. 주변에 고무신과 핸드백이 뒹굴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그것들을 주워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은 당대표 선거유세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했다. 당시 의사는 “1㎝만 깊었어도 목숨이 위험했다”고 했다. 하지만 병상에서 깨어난 그의 첫 마디는 “대전은요?”였다. 한나라당은 선거에 압승했고, 그는 ‘선거의 여왕’이 됐다.

# 1963년 겨울,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가 장충동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공관에서 청와대로 이사를 했다. 육 여사는 며칠 전부터 이사 준비로 분주했다. 말끔히 청소까지 마친 육 여사는 사람을 시켜 쌀독을 채우고 광에다 연탄을 쌓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육 여사에게 물었다. “곧 떠나시는데 무엇에 쓰시려고요?” “이사 들어와 살 사람을 위해서요.”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피를 물려받았다. 리더십은 아버지를 빼닮았지만 그의 정부는 무능하다. 진도 맹골수도에서 공직자들의 실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소명의식은 침몰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아버지 정부에선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병든 시스템을 고치고 인적 쇄신을 이루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엄한 아버지 표정으로 호통 치는 것만으로는 근본 치유가 되기 어렵다.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호’를 복원시키려면 모성적 접근이 절실하다. 빈 쌀독을 채우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국민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국민 각자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조류에 휘말린 대한민국호가 복원력을 회복해 안전운항으로 나아가는 필수조건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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