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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부도 16년 만에 수천억대 자산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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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3 18:34:34 수정 : 2014-04-25 09: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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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 재산 의혹
곳곳 땅 투기 ‘밑천’
세월호 참사를 빚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는 국내 50여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중 10곳의 자산가치만 해도 지난해 말 5587억원에 달한다. 국내외 부동산을 포함해 2400억원의 개인재산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 갚을 돈이 없어 1997년 8월 부채 4900억원을 남긴 채 부도를 맞은 유 전 회장이 16년여 만에 수천억원대 계열사와 개인재산까지 챙길 수 있었던 배경은 의문투성이다.

주목할 점은 유 전 회장 측 계열사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이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사업자금으로 쓰거나 계열사 신설을 위한 종잣돈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유 전 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을 가진 10개 계열사의 부동산은 서울월드컵경기장 7개 규모와 맞먹는 109만3581㎡에 달한다. 장부가액 기준 1845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부지를 비롯한 상당수 토지에 수련원이나 건물, 공장이 들어서 실제 가치는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동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 전 회장의 차남인 혁기(42)씨가 대표인 문진미디어가 2003년 사들인 서울 역삼동 건물 6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시지가만 210억원인데, 강남 한복판이라 실제 가치는 2배 이상으로 짐작된다. 문진미디어는 최근까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7차례에 걸쳐 220억원 정도 융통했다. 전체 계열사가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지분구조를 가진 것으로 미뤄 보면 이 돈은 다른 계열사로 흘러든 것으로 보인다. 문진미디어는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의 지분 11%, 주력 계열사인 ㈜세모의 지분 20%를 보유 중이다.

유 전 회장의 장·차남인 대균(44)씨와 혁기씨는 아이원아이홀딩스와 다판다 등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서 배당도 두둑이 챙겼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액수만 해도 2003년 이후 2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 배당금은 계열사 지분을 키우거나 해외의 개인재산 축적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 일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라벤더 농장과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 고급 저택도 이들 일가의 소유이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축구장 10여면 크기의 마을을 통째로 사들였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수사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자택에서 압수한 물품을 박스에 담아 가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회장은 세모그룹 경영 당시에도 부동산에 집착했다. ‘구원파’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목사로 활동할 당시 그와 함께 일한 정동섭 씨는 22일 방송에 나와 “부도가 나도 땅을 사고 챙길 건 다 챙겼다”고 증언했다. 구원파 신도도 유 전 회장 측이 청해진해운을 세울 당시 개인주주로 나서 돕는 등 든든한 자금줄이 됐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지난해 매출이 없던 주택 건설·분양업 계열사인 트라이곤코리아에 259억원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고 있다. 상당수가 신도인 계열사 직원들이 출자해 세운 세모신협도 계열사와의 잦은 대출거래 탓에 ‘돈줄’로 의심받는다.

유 전 회장 일가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편법적인 거래를 동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7년 10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워진 아이원아이홀딩스가 6개월도 안 돼 당시 매출 1039억원, 순이익 54억원인 천해지의 1대 주주로 등극한 과정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원홀딩스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천해지의 지분 70.1%를 이전 1대 주주인 ㈜새천년 등에서 60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연 순이익을 조금 넘는 금액에 우량회사를 넘기는 일은 상식 밖이라는 게 금융권 전언이다. 3년 후 자진청산을 밟은 ㈜새천년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었는지도 의문이다. 새천년 대표를 맡은 이모씨는 이후 유 전 회장 측 계열사 아해에서 대표로 일한 것으로 드러나 헐값 매각 의혹을 더욱 키운다. 편법적인 승계가 의심되는 사례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나타난다. 천해지의 3대 주주인 ㈜빛난별도 새천년과 같이 다판다와 문진미디어에 지분을 넘기고 2009년 청산을 결의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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