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윤리 의식 회복도 중요하다.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청해진해운 경영진과 이준석(69·구속) 선장 등 세월호 핵심 승무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한 무책임의 전형이었다. 난코스인 사고해역을 지날 때 세월호의 키는 초보 항해사인 박모(26·여·구속)씨 손에 맡겨졌다. 사고 직후에도 이들은 우왕좌왕하다 “살려 달라”는 승객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탈출했다.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인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는 “사실 재난 관련 법규나 제도 자체는 선진국 수준인데,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정부는 규제와 제도를 강요할 게 아니라 각 직업 집단이 스스로 준수 필요성을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재난 발생부터 생존자를 구조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재난 유형에 정통한 현장 지휘관이 전권을 갖고 지휘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참사일수록 정부의 독자적인 대응보다는 민·관 협조체제 및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구조당국은 우수한 탐지장비와 잠수인력 등을 갖춘 민간업체를 늦게 현장에 투입했다. 군·경의 조명탄보다 야간 수색작업에 더 도움이 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 동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박 대통령이 “안행부가 각 부처와 민간에서 보유한 방재자원을 통합,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했지만 미비한 상태다. 구조상황 발표 내용이나 발표자가 오락가락하면서 사망·실종자 가족과 대국민 불신을 자초한 소통 문제도 심각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부처 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 혁파의 절실함을 보여줬다. 예컨대 해수부와 해경이 해상교통관제센터를 나눠 맡으면서 선박 운항 레이더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가 노출됐다. 세월호의 정상항로 운항 여부를 놓고 양측 의견이 엇갈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만들고 그것을 안 지켰을 때 굉장한 책임을 느끼게 만드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했지만 ‘쇠 귀에 경 읽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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