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백진환(42) 울산 동부소방서 수난의용소방대장은 21일 “10∼20㎝ 앞에 있는 물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야 확보가 안 돼 오로지 촉감에 의존해 확인하고 있다”고 구조작업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8일부터 20일까지 침몰된 세월호 내부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였다.
백씨는 “시신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더듬어 만져보는 방식으로 확인한다”며 “선내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부유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지면서 헤치고 들어가는 방식이어서 수색작업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부유물에 잠수사들이 부딪혀 다치기도 했다고 수색작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전날 수색작업에 참여한 한 민간잠수사도 “배가 거꾸로 뒤집혀 있다 보니 머리 위로 냉장고와 큰 가구들이 붙어 있고 전깃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데다 옷과 커튼은 중간쯤 둥둥 떠 있다”며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의 일부 시신들은 얼굴이 아래쪽을 향한 채 떠다니고 있다”고 선실 내부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무인잠수정 투입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사고 해상에서 기술진이 생존자 확인과 배의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원격조종무인장비’(ROV)를 바닷속으로 투입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
하지만 사고현장은 조류가 워낙 심해 선체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수하면 조류에 떠밀려 입수 지점에서 150m 떨어진 곳으로 순식간에 밀려나기 때문이다. 황대식(56)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수색을 위해 선체 쪽으로 이동하지만 1m 전진하는 것도 힘들다. 조류에 떠밀려 유도선이 끊어지거나 부유물에 충격하면 구조대원도 조난자가 될 우려가 있다”며 “어려운 환경이지만 모든 구조대가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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