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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마르고 지친 가족들 “2∼3일내 구조 마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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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1 19:50:43 수정 : 2014-04-22 0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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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엿새째… 고통 속 가족들 건강도 적신호 “담비야 자는거지? 엄마랑 영화보러 가기로 했잖아.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기다리고 있어. 이모도 같이 왔어. 장난치지마… 악!… 담비야 어디가… 내새끼 살려내!”

21일 밤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달려간 담비 어머니 A씨는 딸을 부르다가 이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날에만 28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팽목항 상황실 앞은 울음바다가 됐다. 발견된 시신의 인상착의를 듣고 오열하던 가족들은 쓰러져 바로 옆 진료실로 옮겨졌다. 정부의 답답한 대응에 항의하던 아버지들도 꺽꺽거리며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기다림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망 소식만 전해지면서 이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진도 실내체육관도 팽목항과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단상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사망자 소식이 들려올 때면 의료진은 비상이 걸린다. 오열하다 탈진하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이들이 매일 10여명이 넘는다.

실종자들의 생사를 모른체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들도 간단한 식사로 끼니를 때우거나 이마저도 거르기 일쑤라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다.

B(여)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왼쪽 팔에 링거를 꼽고 누워 있었다. 16일 고등학교 2학년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이곳에 온 B씨는 “정말 이런 지옥이 어디 있느냐”며 지난 5일간의 심경을 전했다.

링거 맞는 실종자 가족 21일 오전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탈진한 실종자 가족들이 링거주사를 맞으며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진도=김범준 기자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종일 이들을 괴롭힌다.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진료소가 지원하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의료 지원에 참여한 한 간호사는 “(세월호 탑승자 가족들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어 영양제를 놔드리지만 일부는 이마저도 거절하는 경우도 있어 걱정이 앞선다”며 “하루빨리 사고가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포 중앙병원에서 만난 한 실종자의 이모는 “동생이 하나밖에 없는 딸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몸져 누운 상태”라며 “‘딸이 없는 집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말만 하고 있어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봐 우리 가족 모두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목포 중앙병원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는 실종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들이 죽었는데 적극적인 치료를 하려 하겠느냐”며 “식사를 제공해도 잘 하지 않는다. 병원 측에서 먼저 나서서 뭔가를 해주기가 어렵다”고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했다.

지칠 대로 지친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이날 “이번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 생존자나 사망자를 수습해달라”고 관계당국에 요청했다.

진도=오영탁·이정우·정선형·이재호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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