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출근하고 유럽에서 아시아로 퇴근하는 이스탄불 인구 1300만명의 교통량 60%가 2개의 보스포루스 대교로 몰린다. 터키 정부가 카페리, 중앙차선 메트로 버스, 철도 등의 다양한 교통수단을 신설해 운영해봤지만 교통난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는 이스탄불의 교통체증이 한결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초대형 해저터널이 건설되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유라시아 터널 ‘굴진(掘進)’을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통하는 총연장 5.4㎞짜리 복층 해저터널 건설이 본격화한 것이다.
서석재 SK건설 전무(오른쪽 첫번째)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두번째)가 19일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장에서 굴착식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건설 제공 |
TBM 공법은 추진체로부터 동력을 얻은 커터 헤드가 암반을 부수며 굴착 작업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미리 생산된 세그먼트라는 콘크리트 구조물 벽체를 터널 내벽에 설치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번에 투입된 TBM은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직경 13.7m, 총 길이 120m, 무게 3300t에 달한다. TBM 단면으로만 따지면 세계 6번째 크기다. 이 장비로 SK건설은 해협 하부를 통과하는 3.34㎞를 하루 평균 7m씩 480여일간 굴착할 예정이다.
1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유라시아 해저터널 건설 현장에서 SK건설의 TBM(터널굴착기)이 첫 굴진을 하고 있다. TBM 위에는 터키어로 ‘무재해 준공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SK건설 제공 |
SK건설은 프로젝트 발굴에서 운영까지 전 과정을 떠맡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으로 이 공사를 수주했다. BOT 방식은 민간이 직접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운영해 수익을 회수한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는 시스템이다.
해저터널 복층 단면도. |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12억4000만달러(약 1조2900억원)가 투입된 터키의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 등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수도 앙카라를 비우고 19일 현지에서 열린 굴착식에 직접 참석한 이유다. 이진무 SK건설 유라시아터널 현장소장은 “초대형 TBM이 투입된 공사여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동양과 서양을 잇는 최초의 해저터널이라는 의미가 큰 공사인 만큼 반드시 공기 내에 준공하겠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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