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악기이자 음표가 된 무용수… 바흐, 온몸으로 연주하다

입력 : 2014-04-21 20:36:00 수정 : 2014-04-23 07:49: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창단 30주년 유니버설발레단, 두아토 ‘멀티플리시티’ 공연
무대에 무용수들이 오케스트라처럼 늘어서 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칸타타 BWV205 중 에올루스(Aelous)가 흐르자 지휘자가 팔을 내뻗는다. 그의 지시에 맞춰 무용수들이 몸을 펼치고 돌고 뛰어오른다. 무용수들은 악기이자 음표가 돼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말 그대로 음악이 춤추는 순간이다. 세계적 안무가 나초 두아토(57)의 ‘멀티플리시티’의 한 장면이다.

바흐의 음악과 삶을 시각적으로 그려낸 ‘멀티플리시티’가 관객과 만난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UBC)은 25∼2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멀티플리시티’를 무대에 올린다. ‘멀티플리시티’는 1999년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아 독일 바이마르시가 스페인 안무가인 두아토에게 의뢰해 탄생했다. 두아토는 이 작품으로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상을 거머쥐었다.

작품은 120분 길이로 1막 ‘멀티플리시티’, 2막 ‘침묵과 공허함의 형상’으로 이뤄졌다. UBC 무용수 지도를 위해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두아토는 21일 언론과 만나 “1막은 가족, 일 등 바흐의 사회적 삶, 2막은 바흐가 시력을 잃고 부인, 10명의 자녀와 사별했을 때의 어려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막은 유머와 재치있는 장면이 많다. 2막은 창작의 고뇌나 죽음과의 조우를 다뤄 음악이 무겁다. 

나초 두아토
두아토는 이 안무를 짤 때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다. 그는 “바흐 음악이 아름답고 위대해 제 ‘더러운 손’으로 건드리는 게 두려웠다”며 “안무할 때 머릿속으로 ‘음악을 써도 괜찮겠습니까? 화 내지 않으시겠어요’하고 바흐와 대화했다”고 말했다. 바흐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작품 서막에는 무용수가 바흐에게 음악을 써도 좋은지 묻는 장면,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음악을 남겨줘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들어갔다. 이 작품에 쓰인 바흐 음악은 모두 23곡이다. 두아토는 “일부 칸타타, 수난곡, 레퀴엠은 정말 위대해서 제 ‘더러운 손’으로 안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아예 제외했다”고 전했다.

UBC는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이 작품을 추는 발레단이다. 두아토는 작품 사용을 허락한 데 대해 “UBC는 이미 제 작품 두 개를 해봤기에 ‘멀티플리시티’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와서 보니 UBC 무용수들이 움직임이 좋고, 집중력이 높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리허설 중 두아토는 무용수의 손 방향, 다리 각도까지 세세히 바로잡으며 동작을 점검했다. 

나초 두아토의 ‘멀티플리시티’는 무용수들이 음표와 음악, 악기가 돼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삶과 음악을 표현했다.
페르난도 마르코스 제공
두아토는 1980년대 초 네덜란드댄스시어터(NDT) 단원 시절부터 가장 아름다운 무용수이자 천재 안무가 이리 킬리안의 후계자로 주목 받았다. 그는 창의적 안무 비결에 대해 “안무를 다 짜놓는 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영감을 갖고 연습실에 들어간다”며 “안무할 때 눈먼 장님 같아서 앞이 안 보이는 상태로 무용수들, 디자이너들과 더듬더듬 집을 찾아간다”고 전했다. 그는 “불확실하고 죽을 때까지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하기에 이 작업이 좋다”고 말했다.

UBC 문훈숙 단장은 ‘멀티플리시티’를 고른 데 대해 “2004년 처음 봤을 때부터 우리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이 작품을 해야 한다 생각했을 정도로 매료됐다”고 밝혔다. 문 단장은 “두아토의 안무를 보면 천재적이고 뛰어난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며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바흐 음악을 이전과 똑같이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번 공연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문 단장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3만∼10만원. (070)7124-1737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