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 있고 명료한 음색으로 성공적인 눈도장을 찍은 그가 24일 서울시향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 무대에 선다. 공연에 앞서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엔더스가 연주할 곡은 비르톨트 루토스와브스키의 첼로 협주곡. 그는 이 곡에 대해 “사회에 대항하는(against) 한 개인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세상에서 자기 자리와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한 개인에 대한 곡이에요. 어느 사회에 살든지 겪는 문제지요. 특히 한국은 서유럽보다 ‘개인’이 덜 중요시되는 것 같아요. 이 협주곡은 1970년대에 쓰여졌어요.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만큼 공감하기 쉬울 거예요.”
엔더스는 6년 전 놀라운 뉴스로 먼저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8년 20살에 최연소로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악장에 임명됐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상급 악단인 데다, 이 자리는 10년 동안 공석이었다. 5년 후 그는 안정적 미래가 보장된 오케스트라를 박차고 나왔다. 엔더스는 “악단에 잘 적응하고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그 즈음 솔로 경력을 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난 이 시장에서 벌써 늙은 나이”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생활에 대해 “전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상 엔더스는 9월 금호아트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하고 내년 8월 김선욱과 피아노·첼로를 위한 베토벤 전곡을 연주한다. |
영재가 밟았을 법한 전형적인 길을 걸어왔지만 엔더스는 “나는 ‘원더키드’였던 적이 없고 평균적이었다”며 “우연히 일련의 사건이 이어졌고, 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첼로에 대한 큰 열망 없이 즐기다가 적극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가 17살”이라고 밝혔다. 첼로 연주자가 매일 하는 기본 연습인 ‘스케일’조차 이때 처음 했다. “삶을 즐긴다”는 그는 음악 외에도 물리학, 철학, 천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는 “음악을 목적의식을 갖고 하는 건 싫다”고 말했다.
“오디션이나 돈을 위해 음악하는 게 아니라, 음악 자체로 즐기는 게 중요해요. 전 음악을 즐길 뿐이에요. 제 학생들에게도 이걸 강조해요. 성공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위해 연주하라고요.”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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