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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헤겔 철학 이해 돕는 '최고의 개설서'

입력 : 2014-04-21 17:03:53 수정 : 2014-04-23 07: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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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찰스 테일러 지음/정대성 옮김/그림비/5만원
 독일 철학가 헤겔(1770∼1831)의 사상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헤겔을 인용하는 이는 많아도 정작 제대로 읽어본 이는 드물 것”이란 말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어려운 헤겔 철학 입문에 도움이 될 만한 개설서는 없을까. 책은 이런 요구에 훌륭히 부응하는 역작이다.

 저자 찰스 테일러는 캐나다의 저명한 정치철학자다. 그가 영어로 쓴 ‘헤겔’은 되레 독일어로 번역돼 독일어권에서도 헤겔 입문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읽기도 힘든 헤겔 철학을 해설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10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을 동원했다.

 흔히 헤겔 하면 ‘변증법’부터 떠올리는 이가 많다. ‘정(正)과 반(反)이 만나 합(合)을 이룬다’는 변증법의 도식 탓에 헤겔의 사상은 ‘통합’ 또는 ‘통일’의 철학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도식에 과감히 반기를 든다. 그에 따르면 헤겔이 말한 통일은 ‘분리’를 내포하고 있다. 비록 ‘나’의 몸은 하나의 통일체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에 여러 개의 분리된 ‘나’가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헤겔과 연관된 통합, 통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헤겔은 ‘세계와의 조화’를 강조한 학자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헤겔이 ‘자유’와 ‘세계와의 조화’ 가운데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자유는 개인의 독립성과 보다 큰 삶에의 통합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요구하는 것 같다.”

 책은 대륙 철학의 최고봉이라 할 헤겔에 대한 영미 철학 해석의 전범을 보여준다. “테일러가 독자들이 헤겔 철학에 진입하는 가장 완전한 통로를 제시한다”는 영어권의 서평은 빈말이 아니다. 헤겔 사상 전반을 충실하고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저작을 낳았다. 무거운 주제와 엄청난 두께가 부담스럽겠지만, 헤겔 철학의 정수를 알고 싶다면 한 번쯤 부딪쳐야 하는 관문이라 하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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