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유리창 깨고 칠흑 같은 선내로… ‘필사의 수색’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0 19:42:48 수정 : 2014-04-21 02:22: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고 발생 6일째… 민·관·군 합동 선체 수색 총력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20일 본격적인 선내 수색활동이 진행되면서 사망자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날부터 해수면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선미와 연돌(배의 굴뚝) 등 5곳에 유도선(가이드라인)이 설치됨에 따라 수색작업이 활기를 띠었다. 잠수요원들은 격실 내 생존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세계일보의 보도〈4월19일자 참조〉에 따라 수중무인탐사기(ROV)도 투입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닷새나 지난 데다 선체 내부에서 시신들만 거듭 발견되면서 기적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속 희망이 점점 절망으로 채워지고 있다.

◆수색 작업 활기… 시신 속속 발견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난 19일 오후 11시48분쯤 처음으로 선체 유리창을 깨고 4층 선수 중앙부에 있는 격실 내부에 들어가 남성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발견 당시 3명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시작으로 구조팀은 20일부터 21일 오전 1시까지 선체 내부에서 총 23명의 사망자 시신을 수습했다. 여러 개의 경로를 통해 민관군 잠수요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신이 있었던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았다.

시신 수습이 속도를 냄에 따라 민관군 합동조사단은 이날 함정 212척과 항공기 36대를 이용해 세월호 침몰 주위 해역을 집중 수색하고 잠수부 641명이 선내 진입을 거듭 시도했다. 전날에도 야간수색에 함정 192척과 항공기 31대를 동원했다. 15차례에 걸쳐 선체 수색을 벌였다. 야간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총 네 차례에 걸쳐 조명탄 836발도 쏘았다.

구조팀은 격실에 남아있을 생존자를 찾기 위해 ROV 2대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미국 기술진 2명도 현장에 투입했다. 국내에도 최대 3000m까지 무인제어시스템을 이용해 작업할 수 있는 장비가 통영함 등에 3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통영함은 이번 세월호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나머지 2개도 이번 사고에는 사용이 불가능해 미국 장비와 인력을 빌리게 됐다고 구조팀은 설명했다.

◆유도선 5개 설치… 진입루트 확보

구조팀의 수색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사고지점인 맹골수도의 유속이 감소한 데다 선체로 진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5개가 연결되면서 진입 통로가 5군데 확보된 데 따른 것이다. 민간과 해군, 해경은 전날까지 배 중앙 부분에 1개, 선수 부분에 2개의 유도선을 설치한 데 이어 이날 조타실과 연돌 부근에 2개의 유도선을 추가 설치했다. 유도선은 잠수요원들이 수상에서 수중으로 들어간 뒤 선내로 진입할 때 붙잡고 가는 로프다. 유도선은 손가락 정도 굵기로, 한쪽은 세월호에, 다른 한쪽은 수면 밖 5개의 스티로폼 부이에 각각 연결돼 있다.

민관군에서 동원된 수백명의 잠수요원들은 며칠간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해저에서 손으로 세월호를 더듬어가며 선체 돌출 부위에 유도선을 연결했다. 잠수요원들은 유도선을 따라 해저 37m 지점으로 내려가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다.

민간 잠수요원이 특수제작한 손도끼도 실종자 수색과 시신 수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일 유리창을 통해 세월호 4층 객실 내부에 있는 사망자 3명을 발견한 잠수요원은 꺼내지 못했다. 해저의 높은 수압 때문에 망치를 사용해도 유리창을 깨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간 잠수요원은 높은 수압에서는 균열을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쇠뭉치의 끝을 뾰족하게 갈아 손도끼를 만들었다. 이 손도끼로 유리창을 여러 차례 찌른 끝에 어렵사리 유리창을 깨고 선내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생존자 발견될 가능성은

세월호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함에 따라 격실 내에서 기적처럼 생존자가 발견될 수 있을지 온 나라가 주목하고 있다. 합동구조팀은 생존자가 남아 있을 ‘1%’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수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승기 해양수산부 대변인은 “인양과 파공, 절단 후 진입 등 시민들이 제기한 각종 대안은 자칫 생존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현재의 잠수 뒤 선내 진입방식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고명석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도 “생존시간에 대해서는 수온과 개인차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며 “생존자를 염두에 두고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내에 진입한 뒤 사망자만 발견된 데다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째에 접어들면서 생존 여부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4년 전 침몰한 천안함의 경우 최대 69시간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군함은 민간 선박과 달리 침실, 식당, 휴게실 등이 모두 수밀격실(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밀폐된 함내 공간) 구조로 돼 있다. 69시간은 실종자들이 이곳에 있을 경우 최대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으로, 당시 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생존자가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는 군함과 달리 물이 들어찰 수 있는 구조인 데다 에어포켓마저 줄어들고 있어 생존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점쳐진다.

진도=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