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평화 기원” DMZ 철책 넘은 詩의 선율

입력 : 2014-04-20 22:10:58 수정 : 2014-04-21 01:56: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인협회 소속 시인 120명
파주 민통선 찾아 시낭송회
“봄은/ 시인의 모국어에서 먼저 온다/ 한반도의 봄은/ 155마일 DMZ의 녹슨 철책선/ 미완성의 시로부터 온다”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 이곳에 군인들의 함성 대신 시인들이 낭송한 시(詩)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쪽으로 불과 2㎞가량 떨어진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이 반환한 캠프 가운데 민통선 안에 있는 유일한 기지다. 기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7월부터 미군이 50여년간 주둔하다가 2007년 8월 미 2사단 병력이 이라크로 떠나면서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현재는 총 사업비 529억원을 들여 이곳을 안보체험, 휴양시설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9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선(민통선) 내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가운데)이 ‘DMZ 미완성의 봄-북녘 시인들에게’를 낭송하고 있다. 왼쪽은 정끝별 시인, 오른쪽은 박정대 시인.
한국전쟁과 분단, 250㎞의 휴전선 등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물지 않은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 120여명이 모였다. 시인들은 임진강과 맞닿은 이곳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시를 읊었다.

먼저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이 ‘DMZ 미완성의 봄-북녘 시인들에게’를 낭송했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은 ’북녘의 시인에게’, 박정대 시인은 ’비무장지대는 이끼도롱뇽의 북방한계선’을 가슴 먹먹하게 읽어내려갔다.

자리를 함께 한 동료 시인들은 때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때로는 건너편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이들의 시를 가슴에 새겼다. 시인들은 이날 허준 묘소, 도라산역, 제3 땅굴, 캠프 그리브스 등 DMZ 일원의 주요 지역을 현장 답사하며 민족 분단의 아픔을 직접 체감했다. 한국시인협회가 통일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국가시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시인이여, DMZ를 기억하라’ 문학기행이었다. 시인들은 이날 현장을 둘러본 느낌을 시로 형상화할 예정이다. 공동 시집은 9월 초순에 발간될 계획이다.

김종철 회장은 시인들에게 “오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가슴으로 쓴 시 한 편을 꼭 보내달라”며 “155마일 DMZ의 이 철책선을 남과 북의 시인들이 시로써 연결할 날이 곧 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인들은 이날 행사에 앞서 세월호 침몰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