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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에도 “못 물러 나겠다”… 버티는 김종준

입력 : 2014-04-20 20:24:56 수정 : 2014-04-21 17: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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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까지 마칠 것”
외환銀 통합·카드사 분사… 산적한 과제 마무리 명목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사진) 하나은행장이 남은 임기를 그대로 수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김종준호(號) 하나은행’의 순항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의 ‘퇴출 선고’를 사실상 무시한 채 외환은행과의 통합, 카드사 분사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중징계를 받았던 역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중도 사퇴했다.

김종준 행장은 20일 “중징계를 받았다고 임기 중에 물러나야 하는 건 아니다”며 사퇴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35년간 일했는데 남은 11개월을 잘 마무리하겠다”며 “그간 추진했던 여러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금융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장 부재는 조직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게 임직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의 지시를 받고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낸 혐의로 최근 금융감독원에 의해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는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사실상 금융권 퇴출을 의미한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라 남은 임기는 지킬 수 있다.

하나캐피탈은 3년 전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했다가 60여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금감원은 하나캐피탈이 투자 가치평가 서류를 조작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김 행장에게 퇴진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행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안의 ‘반(反)하나은행’ 정서를 해소하고 외환은행에서 외환카드를 분리해 하나SK카드에 합병해야 하는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있다.

당국의 중징계로 은행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진 건 2004년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중징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상태에서 거대 시중은행을 이끌어야 하는 CEO가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일로 당국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밝혔지만 체면을 구기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당국이 엄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해 ‘마이 웨이’를 외친 김 행장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금감원의 조치를 둘러싼 의혹과 불만도 팽배해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제재 심의에서 김 행장에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가 취소하고 재검사에 돌입한 바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을 안건에 제외해 논란이 벌어진 탓이다. 이에 따라 “김승유 전 회장의 부당 지시를 입증하지 못한 화풀이를 김 행장에게 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올 2월 김 행장의 연임이 논의될 때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연임이 결정된 직후 중징계를 통보한 점도 책임 있는 당국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따른다.

조현일·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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