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명감이 생사 좌우… “伊·한국선 직업윤리 실종”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입력 : 2014-04-20 20:22:48 수정 : 2014-04-21 01:24: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는 지금] 외신들 ‘세월호 사고’ 일제히 비판
선장이 대피명령만 내렸어도… 실종된 직업윤리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한 이후 이 같은 행동은 하나의 ‘전통’이 되었지만 최근 2년 사이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선장이 승객들을 침몰선에 놓아두고 가장 먼저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302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세월호에 대한 외신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실종된 직업윤리와 안전체계.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해양 전문가들은 세월호 선장의 행동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며 법적으로도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개탄했다. 잠수함 선장을 역임한 예비역 해군소장 존 B 패짓 3세는 “바다에서 생활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선장의 행동이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피명령만 내렸어도… 실종된 직업윤리

세월호와 당장 비견되는 건 2012년 1월13일(현지시간) 발생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전복사고다. 넥서스컨턴설팅그룹 해양안전전문가인 윌리엄 H 도허티 대위는 NYT에 “447명의 승객을 놔두고 탈출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의 행위는 한마디로 ‘불명예’다”며 “2012년 좌초한 이탈리아 코스타콩코르디아호 선장에 준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코스타콩코르디아호의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9) 선장은 지중해 토스카나 제도 해안에서 자신이 몰던 유람선이 암초에 걸려 좌초하자 탑승객들에게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며 “객실로 돌아가 있으라”고 지시했다. 이어 충돌 1시간 후 배가 20도 넘게 기울어서야 대피명령을 내렸다.

스케티노는 대피 과정에서 세월호 선장처럼 승객들보다 먼저 구명보트에 올라섰다. 구조작업에 나선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장이 스케티노를 알아보고 “(선장이면 선장답게) 당장 뱃머리로 돌아가서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고 다그쳤음에도 그는 기어이 배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4200여명을 태운 이 유람선의 희생자는 32명에 그쳤다. 세월호와 달리 침몰까지 6시간여 대피 시간이 있었던 데다 승무원 대부분이 끝까지 남아 승객 구조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망률이 1%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당국은 배와 승객을 버린 스케티노 선장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이탈리아 검찰은 그에게 과실치사 및 다중살해 혐의를 적용해 징역 2697년형을 구형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선장의 사명감 여하에 따라 승객 생존율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12년 4월15일 대서양을 횡단하다가 빙산과 충돌한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함께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 사례다.

스미스 선장은 영하의 날씨에 구명보트마저 승선인원(2224명)의 절반밖에 태울 수 없는 20척에 불과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성과 아이 먼저’라는 원칙 하에 승객들의 질서 있는 대피를 도왔다. 결과적으로 700여명이 생환했다.

◆선박사고 방지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2009년 11월13일 도쿄를 출발해 미에(三重)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아리아케(有明·7910t)호. 세월호를 건조한 나가사키(長崎) 하야시카네(林兼)조선소에서 만든 아리아케는 당시 컨테이너 150개, 차량 32대, 중기계 6대 등 2400t에 달하는 화물을 싣고 있었다. 세월호처럼 파고 또는 변침(항로변경)으로 싣고 있던 화물이 미끄러지며 한쪽으로 쏠리면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아리아케호 선장은 곧바로 대피 명령을 내렸고 승무원 21명이 마지막까지 남아 승객 피신을 도운 관계로 승선자 28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이어 일본 국토교통성은 적재화물 안전작업 기준 및 위기사항 시 매뉴얼 등을 추가하고 선내 순찰요령 및 선원 안전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해 2010년 1월부터 시행했다.

국제사회도 오래전부터 선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5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각종 협약과 권고안 등을 통해 선박사고 시 안전과 보안, 해양오염 방지 등에 주력해왔다. 그중 하나인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은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 직후인 2012년 5월 개정된 협약으로 3장 가운데 ‘24시간 넘게 배로 이동하는 모든 승객은 출항 후 24시간 안에 구명조끼를 입는 법과 구명보트가 있는 위치를 숙지하도록 안전 훈련을 받아야 한다’에서 ‘출항 후 24시간 안에’를 ‘출항 전이나 출항 즉시’로 바꿨다. 미국 ABC방송은 “IMO 규약에는 (이 같은 조항과 함께) 선장이 배와 승객 안전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한국은 IMO에 1962년 가입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국제사회의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는 게 한계다. 예컨대 IMO는 3000t급 이상 여객선에 선박용 블랙박스인 선박항해기록장치(VDR)를 탑재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6825t급인 세월호에는 VDR가 탑재되지 않았다. 이 규제를 국내 선박에 적용하는 것은 가입국의 재량에 달려 있어서다.

송민섭·박진영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김남주 '섹시하게'
  • 오마이걸 효정 '반가운 손 인사'
  • 손예진 '따뜻한 엄마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