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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 불의에 맞선 알바 여대생의 집념에…

입력 : 2014-04-19 21:47:26 수정 : 2014-04-19 21: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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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시당국, 생환 유대인에게 세금·가스비 요구
4년간 관련기록 수집·폭로로 보상 눈 앞에 둬
한 네덜란드 여대생의 4년에 걸친 노력 덕분에 암스테르담시의 부당한 세금 요구에 시달렸던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들이 약 70년 만에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대생 하를로터 판덴베르흐(20)는 암스테르담 시당국의 세금관련 기록을 직접 발견·수집하고 이를 언론에 알려 결국 암스테르담 시가 유대인에게 보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모든 일은 4년 전 판덴베르흐가 암스테르담 기록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놀라운 편지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편지들은 홀로코스트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유대인이 암스테르담 시를 상대로 나치 단체에 빼앗긴 집의 세금 납기일을 미뤄달라는 호소와 연체료 납부 독촉에 대한 불만 등을 담고 있었다.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암스테르담 시가 나치 정권과 친나치 협력자들에게 집을 빼앗기고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던 유대인들에게 그들이 쓰지도 않은 가스비와 세금 등을 물어내라고 강요했던 것이다.

판덴베르흐는 동료와 상사의 무관심 속에서도 암스테르담 시의 전후 세금 징집 기록을 더 조사해 총 342건의 유사 사례를 찾아냈다.

그는 "이 같은 기록은 그냥 여기에 두기엔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불의가 행해졌던 것이고 그냥 두고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록들은 시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확답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판덴베르흐는 편지 기록들이 곧 디지털로 보관되고 원본은 파기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고, 다급한 마음에 암스테르담 지역 일간지 '파룰(Parool)'에 기록들을 전달했다.

파룰의 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암스테르담 시는 즉시 네덜란드 전쟁기록연구소(NIOD)에 서류를 검토하도록 했다.

파룰과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한 전쟁기록연구소의 미발행 보고서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시는 돌아온 유대인들에게 세금과 연체료를 요구했으며, 이 같은 일은 총 217건에 달했다.

이 같은 부당행위를 보상하기 위해 암스테르담 시는 관련 생존자와 유가족 모두에게 연체금에 대한 보상금으로 40만 유로(5억7천만원), 사용하지 않은 집에 대한 세금 환급으로 450만 유로(64억5천만원) 등 총 490만 유로(70억2천만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전쟁기록연구소는 권고했다.

암스테르담 시 관계자들도 보상에 대해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덴베르흐는 "보상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이 같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전쟁기록연구소 보고서 검토에 참여한 네덜란드 유대인회 회장 로니 나프타니엘은 "판덴베르흐는 영웅"이라며 "그녀는 상사와 모든 공무원의 비협조에도 서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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