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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건너 피해학생… “전쟁 나도 이런 참변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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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8 20:22:22 수정 : 2014-04-19 0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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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에 빠진 안산 고잔1동 “크게 웃지도 않고, 화사한 옷도 입지 않고, 말도 조심하고 있어요.”

수학여행 중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자가 점점 늘면서 경기 안산 단원고가 위치한 고잔1동 일대 주민들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퍼지는 말이다. 골목마다 적막함이 감돌고 만나는 사람마다 슬픔을 가누지 못한 채 ‘기적’만을 바라고 있다.

동네 전체가 마치 ‘돌림병’이라도 앓고 있는 듯 깊은 슬픔에 빠졌다. 수학여행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살고 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고잔1동에만 109명이 거주한다. 지난해 고교평준화가 처음 시행된 안산시는 단원구와 상록구로 나눠 학교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단원고로 입학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다수 희생자를 낸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일대는 사고 사흘째인 18일 적막감이 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안산=이제원 기자
이 지역은 1980년대 초 안산신도시가 건설될 당시 신축된 연립·다가구주택이 밀집된 대표적인 서민주거지역이다. 전체 9100여가구 가운데 80% 정도인 7200여가구가 연립주택에 살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생위계층, 소년소녀가장 등 각종 지원을 받는 주민이 3500여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학교 주변은 깊은 정적 속에 휩싸였고 학교 앞 노점상부터 구멍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말을 아낀 채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학교와 100여m쯤 떨어진 ‘원고잔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평소 학생들과 인근 연립주택 주민들이 귀가시간에 들러 책을 빌려가곤 했는데 여객선 사고 이후 찾는 사람이 없어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동네 한 아주머니는 “온 동네가 초상이 났다. 마음이 너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학생 부모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라며 “전쟁이 나도 이런 참변은 정말 일어나지 않을 거다.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피해를 당한 상황”이라고 침통해했다.

길에서 만난 한 중년 신사는 “학교 인근 화원에서 어렵게 해바라기꽃을 주문했다”며 “화원 여주인이 ‘제철이 아니라 구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꽃으로 하면 안되겠냐’고 물어 ‘꼭 구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 신사는 “굳이 해바라기꽃을 주문한 이유는 꽃말이 ‘기다림과 그리움’이기 때문”이라며 “이 꽃을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 동네 사람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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