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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역사로 본 ‘권력 탈취’의 모든 것

입력 : 2014-04-18 20:02:06 수정 : 2014-04-18 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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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이성근·정기인 옮김/이책/2만원
쿠데타의 기술/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이성근·정기인 옮김/이책/2만원

“히틀러의 계획은 의회와의 타협으로 권력에 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혁명적 행동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 시도하지 않는 독재자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자유를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서유럽을 결코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저자가 책 말미에 적은 이 말은 몹시 불온하게 들린다. 히틀러에게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유럽의 1인자가 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충고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히틀러는 서유럽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저자는 뛰어난 예언가일까, 아니면 실패한 책사일까.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쿠데타는 무조건 ‘나쁜 짓’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쿠데타의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책은 ‘불온서적’일 수밖에 없다. 쿠데타가 수시로 일어난 20세기 초에 쿠데타를 시도하거나 저지하려는 이들한테 지침을 주려고 이 책을 썼다니, 저자도 보통 ‘강심장’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파시즘과 공산주의 운동에 차례로 뛰어들었고, 한때 구속돼 철창 신세까지 지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책에는 유명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프랑스 권력자 나폴레옹,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 공산주의 세계를 꿈꾼 맑스, 이탈리아 파시즘의 기수 무솔리니 등이 그들이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적 경험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는 원인, 쿠데타 성공에 필요한 요건, 쿠데타 방어를 위한 대비책 등을 뽑아 소개한다. “쿠데타는 발전소나 방송국처럼 권력의 흐름이 전달되는 ‘거점’을 탈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은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날카롭고 또 정확하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오늘날 한국에서 쿠데타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사람들은 쿠데타 예방법에 초점을 맞춰 한 번쯤 읽어봐도 괜찮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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