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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서 더 빛나는 예술가의 열정과 사랑

입력 : 2014-04-17 22:00:34 수정 : 2014-04-17 2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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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의 공연 돋보기]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인기 드라마 ‘밀회’에서는 스무 살 차이를 뛰어넘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 사랑이 의아하기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천재 피아니스트들이 욕정만이 아닌 순수한 예술적 교감을 하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환상곡’을 듀엣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흡사 영혼을 섞는 듯 더없이 관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이러한 예술가들의 불꽃 같은 삶은 무대에서도 묘사하기 좋은 소재다. 그들의 열정과 사랑은 그 자체로 극적이면서 파격적인 삶의 환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조지와 함께한 공원에서의 일요일’은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를 소재로 한 ‘팩션’(사실과 허구의 조합)이다. 이 극에서 조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생의 역작을 완성시키는 대신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한다. 이 때문에 그와의 사랑은 결코 쉽지 않다. 조지의 연인 도트는 땡볕에 하루 종일 그림의 모델로 서 있기 일쑤다. 그녀는 그림그리기에 몰두해 있는 그를 바라만 보며 외로움을 삭이는 나날을 견딘다. 그러다가 결국 조지의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그를 떠나버린다.

이 공연은 일반적인 남녀 간 사랑보다 조지의 창조활동을 조명하는 데 주력한다. 캔버스에 점을 찍어서 표현하는 점묘법의 화가인지라 사랑하는 여자 이름까지도 도트로 설정되었다. 음악 또한 스타카토를 활용하여 점묘법을 묘사하는 콘셉트다.

특히 영감을 제공하는 작품은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그리고 1막의 마지막 곡인 ‘선데이’는 회화의 요소들인 “질서, 디자인, 긴장, 구성, 균형, 빛, 하모니…”의 가사로 시작하여 그림을 정교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끝을 맺는 특별한 곡이다.

예술가와의 일상적인 사랑이 쉽지 않음은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아내가 ‘예술가의 아내’로서 지닌 고민을 노래한다. 그녀는 ‘아마데우스’를 비롯한 모차르트 소재 영화나 연극 등에서 악처로 묘사되곤 했다. 반면 이 뮤지컬에서는 그녀의 내면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나는 예술가의 아내라’의 가사를 보면 남편에게 영감을 줘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 밤이 되면 무도회를 찾아나갈 수밖에 없는 외로움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본인 스스로도 유명한 음악가의 딸로서 남편의 천재성을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뮤지컬 ‘조지와 함께 한 공원에서의 일요일’은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다.
국내 창작뮤지컬인 ‘글루미데이’는 여배우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비극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사랑과 죽음을 다룬다. 이들은 도쿄에서 유학하며 자유연애 사상에 물들지만, 현실은 아직 잔혹하리만큼 보수적인 시대를 산 낭만적 인물들이다. 김우진은 고향에 아내를 두고 왔음에도 마음이 통하는 신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곤 하던 당대 엘리트 예술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김우진이 대표적인 표현주의 작가였음을 알려주듯, 기괴한 음악과 무대로 불안정하고 공포감에 젖은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낸다.

예술가는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에서처럼 현실에서는 날개가 너무 커서 절뚝거리는 새와 같다.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잠재력을 엿보는 순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꼭 유명한 예술가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척박한 일상에 가려진 우리 시대 모든 창작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예술가들의 삶은 창작자들 스스로 즐겨 활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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