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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잔치… 볼 것은 적었다

입력 : 2014-04-17 22:02:58 수정 : 2014-04-17 22: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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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14세 그린 뮤지컬 ‘태양왕’ 리뷰 뮤지컬 태양왕은 절대군주 루이14세의 사랑을 그린 작품. 2005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17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히트작이다. 해외에서 ‘태양왕’이 성공한 비결은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를 스펙터클한 무대와 버무렸기 때문. 프랑스 현지의 ‘태양왕’ 공연은 5000석 이상의 극장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공연으로 뮤지컬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화려한 쇼에 비견될 만하다. 대규모 무용수와 애크러배틱 공연 등이 함께하는 것도 작품의 ‘쇼’의 성격을 강화하는 장치다.

국내 초연되고 있는 뮤지컬 ‘태양왕’은 프랑스 원작을 국내의 중대형 극장 규모에 맞게 재편성했다. 무대 규모가 대폭 줄었음에도 원작이 가진 요소를 모두 담으려한 제작진의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애크러배틱 연기자들은 줄에 매달려 끊임없이 무대를 날아다니고 무용수들은 투명한 공 안에서 춤을 춘다. 360벌에 달하는 번쩍번쩍한 무대의상은 덤. 다만 프랑스 원작에 한참 못미치는 무대규모로 인해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인 화려한 볼거리의 맛을 상당 부분 잃었다. 초대형 공연장이 아닌 국내 중대형규모 극장에서 진행되는 댄스와 애크러배틱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보다는 뜬금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초대형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관계로 스토리라인도 국내 관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단순한 편이다. 작품은 태양왕 루이14세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극을 진행한다. 궁정 암투에 말려 첫사랑인 마리 만치니를 잃은 루이14세가 방황을 거듭하다 진정한 사랑인 프랑수아즈와 맺어진다는 이야기. 당초 국내팬들이 기대했던 프랑스 궁정의 치열한 암투 등은 양념정도로 밖에 등장하지 않고 그나마도 배경 스토리가 상당 부분 생략돼 이해하기 어렵다. 루이14세 관련한 야사는 마리 앙투아네트나 삼총사 등과 달리 국내 관객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그런 만큼 지나치게 생략된 스토리는 극에 몰입하기 쉽지 않게 한다. 국내 팬들을 위해 좀더 친절한 스토리라인으로 각색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뮤지컬 ‘태양왕’은 초대형 작품인 프랑스 원작을 국내 중대형무대에 맞게 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품의 장점인 스펙터클함과 화려함이 사라진 아쉬움이 남는다.
극을 살려주는 것은 귀에 쏙 들어오는 넘버들이다. 극의 중심인 루이14세가 부르는 넘버들은 강렬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화려하면서도 귀에 꽂히는 음악들이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극장을 나서면서 ‘왕이 되리라’ 등 루이14세의 대표 넘버들이 귓가에 맴돈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친화력이 강한 음악이다. 루이14세를 연기하는 안재욱, 신성록의 곡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이들은 종종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작품 속 넘버들을 따라잡는 데 버거움을 노출한다.

프랑수아즈, 보포르 공작 등 인물들이 부르는 넘버도 대중성과 중독성이 강한 넘버들이다. 보포르와 이자벨이 부르는 ‘하늘과 땅 사이’는 가장 인상적인 곡. 애절한 발라드로 국내 뮤지컬 팬이라면 상당수가 만족할 만한 세련된 넘버다. 김소현, 윤공주, 조휘, 김성민 등의 베테랑배우들은 훌륭한 가창력으로 곡을 소화해낸다. 6월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5만∼13만원. (02) 517-6334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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