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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자연관·문화 전통 어우러진 독특한 교육유산의 전형”

입력 : 2014-04-16 20:58:00 수정 : 2014-04-16 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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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추진 서원의 가치·활용 방안은 “성리학의 자연관과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 반영된 교육 유산의 특출한 전형이다.”

서원(書院)을 세계유산 등재 대상으로 정한 근거 중의 하나다. 유네스코는 ‘문화적 전통,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을 세계유산 등재 조건의 하나로 제시하는데, 이에 대한 대답이다. 서원은 내년 1월 등재 신청서 제출 대상으로 선정돼 관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18일 경기 성남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서원문화의 계승 방안과 서원의 현대적 활용’은 서원이 가진 과거의 의미뿐 아니라 현대적 의미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원을 통해 정착하고 확산되었던 유교를 어떻게 지금의 현실에 맞는 이념으로 새롭게 정착시킬 것인지 논의한다.

◆서원, 세계유산 후보로서의 가치는

637개 서원 중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추진되는 대상은 도동·돈암·무성·필암·옥산·병산·소수·남계·도산서원 9곳이다. 2009년 9월 등재 가능성이 검토된 이후 현지조사, 학술대회, 해외의 유사한 유산 답사 등을 거친 끝에 이른 결론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서원을 지난해 11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으로 결정하면서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등재기준을 상당히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중세 동아시아의 중요 사상인 성리학이 조선에 전래되어 정착·형성하는 산실이었고, 중국·일본과 다른 모습으로 발전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했다. “서원의 공간이 독특하고, 입지는 건축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선택됐다”고 해 ‘인류 역사에서 중요 단계 예증·건축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성’이라는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보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사상과 활동 근거지가 되어 유교의 예(禮)가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존속된 곳이라는 점에서 ‘사상의 보편적 중요성’이라는 조건도 충족했다.

1543년 주세붕이 경상도 순흥에 ‘백운동서원’을 창건하면서 시작된 한국 서원은 지방 사학의 중심지가 되어 한때 900개 넘게까지 번창했다. 관학인 향교와 합치면 조선 후기에는 지방에 1200여개 학교가 있어 체제를 유지하는 한 축이 되었다. 제사를 통해 유교의 전통과 가치를 유지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한국 서원을 대표하는 도산서원(위쪽)을 포함해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서원은 중국에서 발원한 성리학이 조선에서 정착·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은 체험활동 공간(아래쪽)이 되는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서원으로 상징된 유교 이념의 재해석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원의 현재적 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


서원이 수백년간 만들어 온 가치는 이처럼 각별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18일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서원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났던 유교 이념을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서원의 현재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강진갑 경기대 교수는 인문학 열풍에도 불구하고 유교가 외면받고 있는 원인에 대해 “(유교 이념을) 여성차별적이고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체계이고 현세에 쓸모없는 낡은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교가 내포하는 보편적 가치를 현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해야 한다”며 ‘사해동포주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는 “세상 사람 모두를 동포로 보자고 해 사해동포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며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인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글로벌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또 “효를 강조하는 서원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세계 빈곤지역 사람들을 돕자는 프로그램을 (서원의 기능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유교의 재해석을 위해서는 서원의 교육, 연구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현 경상대 교수는 유교가 인류의 다른 위대한 가르침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 교수는 현대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문제를 ‘인간과 주변 환경의 관계’, ‘변화된 생활 조건에 대응하는 개인의 자세’로 꼽으며 유교가 이에 대한 해답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유교의 최고 경지는 자연심미(自然審美)로 나타났다. 이 경지는 인간의 감성을 비하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항상 크게 긍정했다”며 “산수 풍광이 아름다운 장소에 입지한 서원이 이런 경지를 시각적으로 체득하는 현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생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며 자신을 계발하고 삶을 의미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점에서 유교는 “은퇴 후 제2의 생애를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지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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