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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과실만 챙기는 정치인 체육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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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5 21:26:00 수정 : 2014-04-15 23: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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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빚은 협회 수장, 실세 정치인들 많아
체육을 정치적 이용, 역풍 맞을 수 있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행정력 부재와 각종 비리, 끊이지 않는 성추행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체육계 이야기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고’는 끝간 데가 없다. 비판의 목소리와 비리의 악취는 전국을 뒤흔든다. 당사자들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다. 벌써 사건에 연루된 지도자가 쫓겨나고 구속자가 나오고 있다.

곪아 터진 줄도 모르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온 팬들의 성화는 하늘을 찌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부정부패 척결 등을 강조하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약발이 설지는 의문이다. 체육계의 개혁은 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과실’만 챙기려는 본심이 드러난 것일까. 공교롭게도 도마에 오른 체육단체 수장의 대부분이 권력과 가까운 실세 의원들이다.

대표적으로 팬들로부터 집행부의 행정력이 떨어진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프로농구연맹(KBL)이 꼽힌다. KBL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수장이다. 2011년 6월 취임한 한 총재는 지난해 뜬금없이 대한농구협회장에 출마했다가 낙마하면서 프로농구인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장본인.

KBL의 행정력 부재는 지난 10일 막을 내린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드러냈다. 2개의 스포츠 채널이 평균 관중이 프로농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프로배구를 생중계한 것과는 달리 챔피언결정 1차전 경기는 뒤늦게 안방에 전해졌다. 왕중왕전을 고대했던 팬들은 분노의 글을 쏟아냈다. 한 팬은 “KBL 총재가 잘하는 건 농구장에 오는 것뿐”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문준식 체육부장
이뿐인가. 국회부의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맡고 있는 대한야구협회는 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다. 협회 간부가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야구공 납품업체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된 것. 검찰은 또 협회가 국제대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사업비를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야구협회는 졸지에 ‘비리 협회’로 전락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배구협회도 마찬가지다. 임원진이 회관 매입 과정에서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한 혐의로 검찰청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성추행 논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 등에서 선전하며 뜨거운 성원을 받은 여자 컬링국가대표인 경기도청 컬링팀 선수들은 최근 코치 등에게 폭언과 함께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회장인 대한컬링경기연맹은 부랴부랴 코치진을 중징계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인 출신 수장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지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마치 남의 집 일인 양. 거꾸로 ‘좋은 일’이 생길 때면 만사를 제쳐두고 지구 끝까지 찾아가 호들갑을 떨면서.

이 같은 마력 때문일까. 박근혜정부 들어 정치인 출신 체육단체장이 급증하고 있다. 정치인이 회장을 맡은 단체는 6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현역 국회의원 단체장은 4명에서 7명으로 증가했다.

사실 체육단체장은 정치인들에게 ‘블루 오션’이나 다름없다. 스포츠를 배경으로 깨끗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반면 책임질 만한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에겐 스포츠만 한 명함이 없다. 해당 체육단체와 동호인까지 자기 지지 세력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손해는 없이 이득만 챙길 수 있는‘최고의 부업’인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체육단체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해당 종목에 대한 열정과 관심, 그리고 발전을 뒤로한 채 단지 체육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혈안이 돼 있어 문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스포츠가 이 같은 관행으로 성장하면서 자생력을 잃었다. 시대는 바뀌었다. 정치인들은 과거와 달리 헌신과 투자는 없이 ‘과실’만 따려는 ‘정치인 회장’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일 경우 역풍을 맞는 건 시간문제다.

문준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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