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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신임의사 밝혔지만 꺼지지 않는 비판여론

입력 : 2014-04-15 19:15:22 수정 : 2014-04-15 2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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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정원장 거취 정국쟁점 급부상
국정원 2차장 사표까지 던졌는데…南, 대국민 사과 3분 만에 끝내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가 정국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사실상 남 원장에 대한 신임 의사를 밝혔으나 비판 여론과 야당 공세가 심상치 않다.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혐의 증거 조작 사건이 엄중한 만큼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남 원장 책임론이 논란의 관건이다.

이날 남 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례적으로 생방송이 되는 가운데 불과 3분 만에 끝났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의 일로 한정하며 책임 회피에 주력했다. 그는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대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무인기 사건을 거론하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엄중함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간첩 조작 사건의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남 원장의 입장 발표는 전날 밤늦게 갑자기 결정됐다. 이 때문에 오전 9시쯤 국정원은 취재진을 위한 버스 2대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카메라 부분에 붉은색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만 국정원 내부 반입이 허가될 정도로 보안검색을 강화했다.

남 원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로만 끝낸 것은 과거 군인 시절과는 상반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공수사를 책임지는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지만 남 원장은 사과 표명만 한 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책임 지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과거 참모총장 당시의 행보와 정반대여서 남 원장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남 원장은 2004년 육군참모총장 당시 군검찰의 장성 진급 비리 관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돌연 사표를 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은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 “내 부하들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인답지 못하게 투서질을 했으니 잘못된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남 원장은 소신 있는 ‘타고난 군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남 원장이 수장인 국정원은 현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통해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사태를 유발했고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사법부의 근간을 흔들기까지 했다.

국정원의 위법·탈벌 행위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전횡을 방조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권위주의에 매몰된 남 원장을 감싸고 돌면서 국정원이 권력의 시녀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남 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유감 표명으로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물론 국가 기강마저 무너졌다”며 “남 원장을 해임하고 전면적인 국정원 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국정원장이 바뀌지 않으면 국정원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며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미루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자세만으로도 이미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몰아붙였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남 원장의 사과 기자회견과 관련해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국기 문란 사건”이라면서 “(남 원장이) 국정원장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데 대해 어떤 국민도 국민께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남 원장 해임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국정원의 사법부 유린 범죄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압박했다.

남상훈·조성호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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