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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인기 사건 ‘제2의 천안함 날조’로 모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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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5 21:22:32 수정 : 2014-04-15 21: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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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 부추기는 대남전략 전술
정치권 검증없이 의혹 제기 자제를
북한은 지난 14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측 정부가) 무인기 사건까지 조작해 반공화국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에 광분하고 있다”며 “기어코 우리와 연관시켜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날조해 낼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11일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근거를 다수 식별했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조평통의 성명은 매우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조평통의 무인기 성명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서 날아온 무인기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정청래 의원의 주장이 보도된 이후 진보성향의 웹 사이트를 중심으로 2010년 ‘천안함’ 때와 같이 온갖 의혹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발표된 것이다. 북한은 국방부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11일에는 정작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한국 사회 내에서 무인기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점차 고조되자 사건의 본질을 ‘남한 자작극’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승열 이화여대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현 시점에서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야의 무인기 공방이나,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상에서 제기되는 “남한의 자작극”이라는 의혹 제기에 대한 문제점을 길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북한 연구자로서 현 상태가 너무 우려스러운 이유는 북한의 소행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대남전략전술에 우리 사회가 또다시 홍역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 사회의 다양성이라는 틈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극대화시킨 이후 사건의 본질을 정치적 논란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대남전략전술을 활용해 왔다.

천안함 사건에서 이미 경험했듯 북한의 소행 여부를 둘러싼 남한 사회 내의 갈등은 한국정치의 판을 움직일 만큼 깊숙이 뿌리 내려져 있다. 북한도 이러한 한국 사회의 정치구조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현재 진보 사이트 등 인터넷상에서 제기되는 무인기에 대한 논란 중 일부는 남한 내 영향력 있는 특정 인사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상관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과학적 검증의 영역이 또다시 정치적 논란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해 있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의혹만 부풀리고 정작 사건의 본질은 사라져 더 이상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상태로 빠져들 것이다.

따라서 무인기 사건이 천안함 사건과 같이 극심한 남남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평통 성명에 담긴 북한의 의도를 좀 더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무인기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이 국방부 공식 중간발표 사흘 뒤인 지난 14일에 제기된 것은 북한이 치밀하게 남한 내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3대 제안에 대한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매우 뒤늦은 공식 비난 성명 이후 남북관계 파행의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무인기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남한 정부의 모략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방식 또한 매우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여부는 좀 더 자세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중간발표에 대한 한국 사회 내의 갈등은 이제부터 격화될 것이다. 물론 정부의 발표에 대해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북한 문제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려면 이에 맞는 논리적 수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천안함 사건 때는 북한이 서해에서 천안함에 어뢰를 쏘고 유유히 빠져나갈 만한 군사적 능력이 없다는 논리로 의혹을 제기했다면, 지금은 핵도 개발하고, 위성도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북한이 이렇게 조잡한 수준의 무인기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넘어 최소한 무인기 전문가의 과학적인 논리와 검증도 팟캐스터의 트윗에 따라 이렇게 뒤집어질 수 있다면 남남갈등의 극대화라는 북한의 속셈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승열 이화여대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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