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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쁜 것’ 윤승아 “틸다 스윈튼 같은 배우 되겠다”

입력 : 2014-04-15 10:02:56 수정 : 2014-04-16 10: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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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할 틈이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눈은 특유의 발랄함과 배우로서의 꿈으로 가득했다. 최근 케이블채널 tvN ‘로맨스가 필요해3’에서 고시생 바라기 정희재 역을 맡았던 윤승아(31) 이야기다.

그런 윤승아가 이번에는 ‘독립영화’로 활동영역을 바꿨다. 

‘KAFA FILMS 2014’ 상영작 중 하나로 선택된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에서 정겨운과 달달한 케미를 선보인 것. 윤승아는 두집 살림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 알게 된 정도(정겨운 분)와 티격태격하는 채경희 역을 맡아 톡톡 튀는 매력을 마구 발산했다.

윤승아는 자신이 경희 역할에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나랑 비슷했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영화 속 경희가 남자들이 봤을 때는 솔직히 호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캐릭터”라며 “마음속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정도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모습이 예전의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윤승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촬영을 결심했다.


위에서 ‘로맨틱 커플’이라고 말했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벤치에 앉아 정도를 지켜보던 경희가 다짜고짜 다가가더니 목 위에 올라타 머리를 쥐어뜯는 등 남녀의 첫 만남치고는 꽤 과격하다. 윤승아는 “대본에 나온 것보다 더 몰입했다”며 “자세히 보면 영화 속에서 나도 재밌어서 웃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정겨운이라는 배우와 작업은 처음 했어도 원래부터 알고 있던 배우”라며 “아예 모르는 사이였다면 그런 장면을 찍는 게 불편했겠지만 오히려 알고 있어서 장난치듯 재밌게 찍었다”고 덧붙였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가 스크린에 오르는 시점이 ‘로필3’ 종영과 교묘히 맞물렸다. 윤승아는 “영화는 재작년 가을에 찍었으니 사실 ‘로필3’보다 더 일찍 촬영했다”며 “어떻게 하다 보니 고시생을 좋아하는 캐릭터가 연결됐다”고 웃었다.

윤승아는 ‘이쁜 것들이 되어라’가 20대 중반에서 후반에 걸친 또 다른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장통을 겪는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라는 제목은 보는 이가 어느 정도 의미를 예상하게끔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윤승아는 “‘이쁜 것’은 ‘좋은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좋은 사람이 돼라’는 의미다.

그는 “영화 속 경희와 정도는 어렸을 적 ‘좋지 않은’ 사이지만 두 사람이 나중에 다시 만나는 걸 보면 누군가와 어디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좋은 인연이 되라는 뜻 같다”고 덧붙였다.

윤승아를 두고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비슷하다. ‘동안’ 아니면 ‘귀여움’ 등 나이보다 다소 어리다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고정된 이미지가 윤승아의 배우 인생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그는 “일단 장애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지금까지 그런 쪽 인물을 맡다 보니 다른 쪽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낀다”며 “아무래도 내 안의 성숙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이 나라는 배우를 받아들이는 시간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소통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메이슨 총리 역을 맡았던 배우 틸다 스윈튼을 기억하는가. 당시 관객들은 우스꽝스러운 안경과 더불어 독특한 악센트를 선보인 틸다 스윈튼의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틸다 스윈튼은 최근 개봉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84세 세계 최고 부호로 변신해 또다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틸다 스윈튼의 이야기는 배우로서 윤승아의 인생을 말하던 중 불쑥 튀어나왔다. 윤승아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쟤가 윤승아였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날 가리키는 수식어가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여러 가지로 빛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즉, 관객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배역에 녹아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틸다 스윈튼은 윤승아의 롤모델인 셈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쁜 것들이 되어라’ 촬영 과정에는 윤승아와 정겨운의 베드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승훈 감독은 고민 끝에 베드신을 날려버렸다. 윤승아는 “힘들게 찍었는데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관객들이 몰입하는 데 방해됐을 테니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답했다. 사실 베드신은 윤승아가 인터뷰 중 꼽았던 ‘가장 어려웠던 촬영 장면’이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프레인·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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