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는 지금] 中 시진핑 ‘反부패 칼끝’ 또다른 호랑이를 겨누다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입력 : 2014-04-14 06:00:00 수정 : 2016-06-29 14:25: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집권 2년차 ‘부패와의 전쟁’ 전방위 확산 집권 2년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연금설이 나도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부패와의 전쟁’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 총리까지 겨냥하기 시작했다. 통상 중국 권부의 주요 파벌은 쩡칭홍(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중심의 태자당(당·정·군·재계 원로의 자제), 장 전 주석의 상하이(上海)방,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좌장인 공청단파(퇀파이·團派)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칭화(淸華)방, 석유방, 전기방처럼 학연, 지연과 산업군별 파벌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동안 중국 정가는 계파 간 합의 속에 권력과 이익을 서로 분배하고 상무위원급 이상 핵심 권력자의 부패에 관해 묵인하는 관행이 불문율처럼 통용됐다. 시 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반부패 투쟁이 정치권력의 룰까지 파괴하며 중국 권력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당 원로들도 시 주석의 1인 독주에 제동을 걸면서 권력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짜 호랑이는 누구?

저우융캉이 ‘호랑이’로 지목됐지만 최근 태자당으로도 폭넓게 사정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진짜 ‘호랑이’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우융캉 사건은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과 쓰촨(四川)성 인맥인 ‘쓰촨방’ 핵심 인물들이 ‘중대한 기율 위반’ 등의 혐의로 일망타진되면서 더욱 파장이 커지고 있다. 13일 중국언론에 따르면 저우융캉 측근인 쓰촨성 청두(成都)시 시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조직부장 자오먀오(趙苗)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의 옌춘장(閻存章) 대외합작부 총경리가 중앙기율검사위에 연행돼 조사받고 있다.

‘전력업계 대부’ 리펑 전 총리의 ‘전기방’ 인맥도 해체될 조짐마저 보인다. 리 전 총리도 상무위원 출신이다. 또 다른 호랑이의 등장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 전 총리 집사 격인 두 인물에 주목했다. 중국 최대 수력발전댐인 싼샤(三峽)댐을 관리하는 창장싼샤(長江三峽)그룹 차오광징(曹廣晶) 전 이사장과 천페이(陳飛) 전 사장이다. 지난달 돌연 면직된 차오 이사장은 허베이(河北)성 부성장으로 임명되고 천 전 사장도 국무원 산하 싼샤댐 공정건설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사실상 좌천이며, ‘전기방’ 소탕을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창장싼샤그룹의 부패를 적발하면서 리 전 총리 일가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리 전 총리 딸로 ‘전력여왕’으로 불리는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은 각종 비리 연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구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스위스 보험회사인 취리히보험의 중국 진출과 관련한 뇌물수수, 2005년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 설립 등이 흘러나왔다.

장 전 주석 가족 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10일 장 전 주석 손자 홍콩 보위(博裕)캐피털 창업자인 장즈청(江志成)이 사모펀드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며 장 전 주석의 영향력 행사 의혹을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의 핵심 측근 허궈창(賀國强) 전 상무위원 겸 당 중앙기율위 서기 두 아들이 기율위 조사를 받고 두 며느리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설도 중화권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군부도 분위기가 흉흉하다. 지난달 말 중국군 사상 최악의 부패 사건의 장본인인 구쥔산(谷俊山) 전 총후근부 부부장이 정식 기소됐다. 군 정풍(쇄신) 본격화를 뜻하는 이번 사건은 군 부패 ‘몸통’으로 알려진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타깃이다. 그는 후진타오 집권 시절 군부 최고 실력자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사정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로들의 반격, 당내 권력 투쟁 심화

당 원로들의 반발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이 권력 배분과 계파 이익의 묵계를 깰 조짐을 보이자 3, 4세대 최고 권력자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태상왕’ 장 전 주석은 지난 2월 시 주석에게 “반부패 행보가 지나치게 커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장 전 주석 장남 장멘헝(江綿恒)은 저우융캉 아들 저우빈(周斌)과 석유업계에서 동업하며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장 전 주석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상왕’인 후 전 주석도 반부패 투쟁을 과도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이례적인 공개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후난대학 악록서원(岳麓書院)을 찾았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SCMP에 “시 주석의 사정 칼끝은 군부와 공청단파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 전 주석은 가족의 탈세 의혹, 자신의 비서실장인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의 아들 교통사고 은폐 등 비리 의혹에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보는 자신뿐 아니라 각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리지 말라는 분명한 신호란 것이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계파 간 권력 투쟁이 한층 가열되면서 시 주석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혁·개방 노선 투쟁도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중국 인민대 교수 출신인 정치평론가 러셀 레이 모제스는 “퇴임 지도자들은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거나 부하가 위기에 몰리면 끊임없이 정치적 활동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