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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영의견제구] 지방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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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1 20:53:14 수정 : 2014-04-11 20: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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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진리의 전당’이니 ‘상아탑’이니 일컫던 때가 아득한 옛날 같다. 요즘의 대학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이나 산학협력, 특성화 사업을 위해 학과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자구노력이 없이는 설 땅이 좁아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령인구 감소세가 심각하다. 저출산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수가 대폭 줄고 있다. 교육부는 지금의 대학정원 56만명을 2023년 40만명으로 줄인다고 한다. 대학 정원이 30%나 격감하는 것이다. 학생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은 심각한 운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학생수 감소와 교육부의 대학퇴출 정책에 따라 10년 안에 최소한 50여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평가와 재정 지원사업을 정원감축과 연계시키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정원을 줄여야 평가에 유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등록금 수입도 줄어든다. 진퇴양난의 딜레마다.

이 같은 고등교육정책 기조가 이어지면 어찌 될까? 지표상 대학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특성화, 산학협력도 활발해질 것이다. 뒤처지는 학교는 도태되고 말 것이다.

차준영 객원논설위원
대학설립을 자율화하겠다며 교육부가 1996년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교지(校地) 교사(校舍) 교원(敎員) 등 최소한의 기본요건만 갖추면 설립을 허가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실대학을 양산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 그동안 60여개 대학의 추가 설립을 허가해 입학정원도 적잖게 늘려 놓았다. 그 상당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교육의 수월성이나 특성화 면에서 본보기가 될 만한 대학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제도는 지난해 폐기되었다. 코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근 20년 새 수도권 대학의 분교 확대, 학생들의 편입학 기회 확대의 혜택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에 돌아갔다. 지방대는 학생수 감소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었다. 오죽하면 지방대가 수도권에 분교를 세우려고 나서겠는가.

이제 와서 과거만 탓할 수는 없다. 대학이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찾고 제몫을 할 것인지가 절박한 과제일 따름이다. 요즘은 학부모나 학생들도 현실적 사고를 추구하는 편이다. 전문대나 고졸자로서 취업하는 게 더 유리하다면 학생들이 굳이 4년제 대학을 선호할 이유도 없다. 교육 시장이 스스로 말해줄 때가 무르익은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고등교육을 자율에만 맡길 수는 없다. 교육의 질 개선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까지 감안해야 한다. 지역 여건에 맞는 특성화와 산학협력, 글로컬화 등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지방대가 고사(枯死)할 판이다.

대학행정은 ‘설립준칙주의’처럼 규제완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기업 위주, 수도권 위주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원 감축이나 재정지원 제한 대상이 지방대에 집중되는 현상은 기존 평가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학생이 몰리는 수도권보다 지역별 거점 대학, 특성화대학을 양성하는 정책 목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차준영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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