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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中 상무부 싱크탱크 국제무역경제협력硏 왕즈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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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8 20:09:20 수정 : 2014-04-08 21: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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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역사·영토 걸림돌 걷어내고 FTA로 나아가야”
중국 하이난(海南)성 휴양도시인 보아오(博鰲)에서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제13회 보아오포럼이 한창이다. ‘아시아의 신미래: 신성장 동력을 추구하고 방출하자’를 주제로 11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경제개혁을 심화하겠다고 호언했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한국과 우리 기업에도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이끌 새로운 동력을 찾을 필요성에서다.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기차역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에 이어 6·25 참전 중국인민지원군 유해 송환까지 한·중 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듯하다.


이제 신뢰를 기반으로 ‘경열’(經熱·우호적인 경제협력)에 공을 들여야 할 성싶다. 보아오 포럼 참석 전 왕즈러(王志樂·66)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주임교수를 만나 중국 경제와 동북아 경제권 변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 교수는 1993년부터 다국적기업 연구에 매진한 학자로 이 부문에서 중국 내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외국자본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 주창해 중국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장은 파격적이다. 왕 교수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해 3국의 무역자유화와 투자편의가 촉진돼야 한다”면서 “역사 문제가 한·중·일 FTA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어 중국 정부 안에서도 전향적인 변화가 있지만 아직은 경계론과 신중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시장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과 외국기업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했다.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과 중국의 국가경쟁력의 상관관계는.

“중국의 외국자본 흡인력은 요즘 들어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국적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기본적 복리후생과 근로자 권리 보장뿐 아니라 환경보호 등에서 의식 변화가 크다. 중국 내 급여가 오르니 기업 원가도 상승했다. 그래서 일부 외국기업은 중국에서 돈 벌기 어렵다고 생각해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일이 많다. 중국도 문제가 있다. 정책변화가 너무 빠르고 투명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도 투자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개방을 확대하고 외국기업의 투자 조건도 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상하이자유무역구, 중·한·일 FTA 추진 등이 그런 것들이다. 앞으로 중국의 투자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한·중·일 FTA 체결을 어떻게 보나.


“중·한·일의 담판이 매우 중요하다. 3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제조기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밀 제조업, 한국의 자동차·조선·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이 뛰어나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산업의 큰 터전을 만들었다. 중국은 가장 큰 강철·시멘트제조기지이고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래서 일본의 기술과 한국의 비즈니스모델, 중국의 광대한 시장이 잘 결합한다면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동북아 경제권을 탄생시킬 수 있다. 중·한·일 FTA로 무역자유화와 투자편의가 증진된다면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3국 FTA를 지지한다. 상호 이익을 따지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역사·영토 문제가 FTA 진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가능한 한 빨리 3국의 무역자유화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국의 TPP 참여는.

“중국은 지금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TPP 조건이 중국에 해롭고 중국을 옭아매기 위한 음모란 시각도 있었다. 요즘 그런 견해가 다소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중국 지도부가 TPP를 어떻게 보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한·일이 모두 TPP에 가입하면 3국 관계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그래서 3국 FTA는 TPP와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진출의 매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중국은 아직도 장점이 많다. 먼저 노동력을 말하자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일부 비노동집약형 기업들은 중국 노동력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는 주요 산업을 보조하는 체계가 완벽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휴대전화, LG의 응용화학품 산업 등은 보조시설을 필요로 한다. 카메라를 생산하려면 중국에 부속품도 있고 조립공장도 있어야 한다. 보조능력이 있으면 제품의 품질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갖추지 않은 나라로 이전하면 노동력이 싸더라도 기업 발전은 어렵다. 셋째는 중국의 광대한 내수시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보다 내수시장이 2배 이상 커졌다. 성장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졌다.

“1990년대 중국 동북지역의 한국 중소기업을 조사한 적이 있다. 활력이 있었고 당시 기업들은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중국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과거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은 낙후한 지 오래다. 중국의 기대에 따르지 못한다. 한국 중소기업이 하는 것은 중국도 다 할 수 있고 중국인이 만든 게 오히려 더 싸다. 그래서 한국 기업은 떠날 수밖에 없다. 또 한국 중소기업의 낙후한 기업관리도 문제다. 한국 기업은 중국의 변화를 잘 연구해야 한다.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관리방법이 낙후한 기업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

―요즘 다국적기업의 중국 내 투자 신조류는.

“다국적기업들이 연구, 디자인, 영업 판매, 서비스, 제조 등 모든 부문을 중국으로 이전해 왔다. 미국과 유럽기업은 연구센터와 판매 서비스망도 중국에 세웠다. 이런 투자모델은 우위를 점하기 쉽다. 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내부감시가 뛰어나다. 물론 작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다국적기업이 중국에서 뇌물 파문으로 불명예를 당한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 중국도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와 부패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이 글로벌 다국적기업 신조류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국 기업은 이 두 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 내 한국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은.

“한국 대기업이 잘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아직 부족하다. 이익 배분도 서투를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도망가는 곳도 있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보호 등 사회적 책임은 현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아시아 기업들, 특히 홍콩과 마카오,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기업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7, 8월쯤 방한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은 세계 속에서 공동이익이 많아지고 이익공동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 신뢰하면 상호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의 장점은 중국 경제발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시장은 한국 경제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이익을 찾고 이익공동체를 창출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세계에 주는 영향도 더 커지게 되고 공헌도 많이 할 것이다. 양국 지도자의 교류는 더 활발해져야 한다. 최근 한국은 6·25전쟁 참전 중국군 유해를 송환해 중국인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과거 양국은 싸운 적이 있지만 한국은 중국을 원망하지 않았다. 많은 한국 기업가들을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중국인의 한국전쟁 참전을 비난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이 싸운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이 매우 객관적이고 우호적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을 매우 좋게 평가한다. 국제사회에서 큰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한·중 양국이 이익공동체를 구축해 서로 도움을 주고 같이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담=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ranger@segye.com

◆ 왕즈러(王志樂) 교수는 ▲1948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생 ▲1982년 동북사범대 근대사 석사, 인민대 부교수 ▲1992년∼현재,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교수, 다국적기업연구센터 주임, 중국투자협회외국자금투자위원회 부회장, 중국기업추진협회 부회장 ▲저서=‘중국에서의 다국적기업 발전의 새로운 추이’, ‘소프트 경쟁력: 다국적기업의 기업책임이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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